엑상프로방스, 별서방 나도 프랑스 같이 갈까?
오늘 저녁 식사는 호텔에서 드실까요?
1박 2일밖에 일정을 잡지 않아서 너무 아쉬웠던 남프랑스 여행지, 엑상프로방스의 하루가 저물어가고 있다. 환상적인 오래된 성벽이 있는 야외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고, 실내 스파에서 몸을 녹이며 즐거운 호캉스를 보냈다.
여기에 화룡점정으로 호텔 레스토랑 야외 테이블에서 낭만적인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 엑상프로방스 지역에도 구글 평점 4.5점이 넘는 맛있는 식당이 즐비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캉스에 방점을 찍을 수 있는 식사 장소로 호텔 레스토랑이 제격이지 않을까 싶었다.
오늘 만큼은 돈 신경쓰지말고 주문 해보자!
이제 메뉴를 고를 차례. 이번 식사 만큼은 마치 전날 파리 미슐랭 식당에서 코스 요리를 먹었던 것처럼 금액은 신경쓰지 말고 오로지 음식과 분위기, 대화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렇게 주문한 음식은 전채요리로 시저샐러드, 메인요리로 장모님은 부르고뉴 지방의 소고기 스테이크를 나와 아내는 남프랑스라서 더 맛있는 농어 스테이크를 시켜 나눠 먹기로 했다. 여기에 프로방스 지역에 걸맞는 화이트 와인까지!
아이스 버킷과 와인 한 병
바다와 가까운 남프랑스 여행지를 돌아다니다가 저녁 식사 시간이 되면 재밌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바로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서 와인을 나눠 먹는 것인데, 와인병이 아이스버킷에 담겨져 나와 시원하게 와인을 마시면서 더위를 극복하는 모습이다.
특히 프랑스 니스에 가면 굴이나 핑거푸드와 함께 아이스버킷에 담긴 와인을 나눠 마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나는 어떤 와인이든 오로지 상온에서만 먹는 줄 알았는데, 신선한 충격이었다.
나는 니스에 가기 전에 이미 이곳에서 그 경험을 했는데, 프로방스 지역 현지 와인 'Aromance'를 병 단위로 주문하니 아이스버킷에 화이트 와인이 담겨져서 나왔다. 아, 열이 많아서 늘 시원한 음료를 찾는 내게 있어 그야말로 안성맞춤이었는데, 어쩜 농어 스테이크와도 궁합이 좋던지 아직도 그 와인향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우리 도대체 얼마나 오래 식사를 하고 있는 거야?
파리 미슐랭 식당에서도 그랬지만, 프랑스식으로 식사를 하면 정말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일단 메인요리가 스테이크였기에 나오는 시간도 상당히 소요됐지만, 한국에서처럼 오롯이 먹는 거에 집중하는 게 아닌 서로의 대화에 집중하다보니 1~2시간은 그냥 훌쩍 지나가버린다.
처음에는 이렇게 오랜 시간 저녁 식사를 하는 것에 대해 어색했지만, 오늘의 여행지 남프랑스 엑상프로방스에서는 야외석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시간이 흘러가는 줄 모르고 식사 시간을 즐겼다.
파리 미슐랭 레스토라에서 만큼이나 별서방과 장모님은 이런 깊은 대화를 나누며 한층 더 서로에 대해 알게 되고 또 가까워진 것 같다. 이렇게 프랑스 여행을 하며 장모님과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는 게 불편한 것이 아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게 되어 1분 1초가 소중했던 시간.
농어 스테이크가 이렇게 맛있었어?
장모님께서 주문한 소고기 스테이크는 전날 미슐랭 식당에서 너무 입에서 살살 녹는 예술적인 스테이크를 먹어서 그런지 5% 정도 아쉬웠다. 약간 고기 식감이 질길 정도로 너무 웰던으로 고기가 구워졌다.
그렇지만, 한 마리를 통째로 구워 이를 반씩 나눠 2명이 먹는 농어 스테이크는 프랑스에서 먹었던 인생 요리 중에 하나가 됐다. 당일 잡은 생선으로 만든 스테이크인데, 레몬즙을 뿌려 먹으니 그 풍미가 장난 아니었다. 그렇다, 니스에 굴이 있다면 엑상프로방스에는 농어가 있다!
여기에 프로방스산 화이트 와인으로 입가심을 하니 거의 무한대로 농어가 뱃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도대체 한국식 생선구이와는 무엇이 다른 것인지 그 비결이 궁금했다.
어느덧 해는 저물고 어둑어둑해지니 호텔 레스토랑 야외석 분위기는 더 운치 있었다. 메인요리도 맛있었는데, 마지막으로 나온 디저트까지 완벽해 그야말로 입안이 행복한 호캉스의 마지막을 보냈다.
정말 한달살기를 해보고 싶을 정도로 짧지만 강렬했던 1박 2일 동안의 엑상프로방스 여행 일정이었다. 아쉽지만, 이 도시를 뒤로하고 이제 남프랑스 대표 휴양 도시 니스로 떠날 차례!
프랑스 여행도 이제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그 끝은 어떨지 별서방과 장모님은 여행을 잘 마칠 수 있을지 얼른 TGV 열차를 타고 니스로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