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이 미래라네요?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사실 계좌를 개설한 지는 오래 되었다. 아이들이 명절이나 생일에 받은 현금을 모아 삼성전자 주식을 사두었다. 이렇게나 오래 마이너스가 될 줄 모르고. 남들보다 비싼 가격에 샀으니, 그들이 마이너스를 회복하고도 나는 좀더 기다려야 본전을 찾을 것 같다.
2021년, 교무실의 선생님들 몇 분이 미국 주식을 화제에 올리곤 했다. 그때 이미 미국 주식 투자 n년차였던 선생님들이 나에게도 투자를 권했으나, 그럴 만한 돈이 없었다. 그리고 4년이 더 지났다. 그때도 없었고, 지금도 없다. 10년 뒤라고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더 늦기 전에'라는 조급함이 들기 시작했다. 잃어도 감당할 만큼의 돈을 짜냈다. 그랬더니 글쎄, 돈이 없을 땐 다 싸보이던 주식들이, 막상 돈이 있으니 하나같이 비싸보이는 마법을 경험하고 있다.
네이버에 '미국 주식'을 검색해서 나오는 카페 중 하나에 가입했다. 카페 이름대로라면 나에게도 이제 '미래'가 생긴 셈이다.
문제는 미래가 생기면서 현재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주식 앱과, 내 미래를 책임져 줄 것 같은 네이버 카페를 오간다. 당분간은 주식 공부가 좀 필요할 것 같으니 '정보 수집 차원'에서 들락거리고 있다. 하지만 나의 미래뿐 아니라 현재도 책임져 줄 글쓰기가 멀어지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둘 중의 어느 것도 놓고 싶지 않다.
분명 나에겐 주식도, 글쓰기도 필요하다.
놀랍게도 글쓰기와 주식 투자는 전혀 다른 분야임에도 많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우선 일찍 시작할 수록, 시드가 많을 수록 유리하다. 주식의 시드는 말 그대로 돈이지만, 글쓰기의 시드가 무엇일까 묻는다면, 독서인 것 같다. 읽은 책이 많을 수록 양질의 글을 쓸 수 있으니까.
둘째, 단기 수익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우량주'를 써야 한다. 브런치나 블로그와 같은 플랫폼에 처음 글을 올릴 땐, 좋아요가 거의 없다. ‘마이너스’ 구간을 버티는 기분이다. 하지만 글이 쌓이고, 그 글이 누군가에게 도착하면서, 서서히 플러스가 되어간다. 내가 쓴 글이 책이 되어 돌아온다면, 아직 그런 경험은 없지만, 아마 배당금을 받는 기분일 것이다.
셋째, 소신과 애정이 있어야 한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가 믿는 기업에 오래 투자하듯 글도 마찬가지다. 내가 사랑하는 주제, 내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써야 한다. 많은 사람이 읽지 않더라도, 나는 쓴다. 쓰고 난 뒤의 나는, 쓰기 전의 나와 다르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글쓰기보다 확실한 노후보장은 없다고, 브런치의 작가님들이 말했다. 길고 지리한 시간을 견디며 쓰기를 포기하지 않으면, 글쓰기는 반드시 보상을 줄 것이라고. 주식도 그렇지 않을까?
단, 두 가지를 병행할 수 있는 감정적 여유가 필요하다. 주식도 초보, 글쓰기도 초보인 지금 나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다.
지금 노트북을 펴고 앉아 글쓰기에 다시 집중했다는 사실은 그나마 매우 고무적이다. 오늘의 글쓰기 수익, 글 한 편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