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원하는 정보가 아닐 가능성... 120퍼센트.
내가 책 쓰기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진심으로 내가 잘되기를 기도해 주는 분이 있다. 이미 육아·교육 분야의 베스트셀러 저자로 자리 잡은 그분이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선생님은 세 명의 아이들을 잘 키우고 계시잖아요. 게다가 학생들을 가르치며 얻은 직접적인 깨달음도 많구요. 게스트 부를 필요도 없이 하실 이야기가 너무 많을 텐데요.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저는 선생님이 해주시는 얘기가 제일 와닿아요.”
유튜브 채널 개설을 추천하셨다. 나의 배우자가 외고에서 수학 교사로 재직 중이니, 함께 하면 더 다양한 정보를 담을 수 있겠다고도 하셨다. 하지만 유연성이 부족한 성격 탓일까, 마음이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고, 무엇보다 '하고 싶은 일'이 아니다.
초등교사 출신의 유튜버들은 유명세를 기반으로 퇴직 후 본격적으로 유튜버나 저자 활동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반면, 현직 중·고등학교 교사 유튜버는 거의 없다. 입시 정보를 다루는 채널은 간혹 있지만, 자녀의 학업과 태도를 돕는 교육 방식을 엄마들에게 조언하는 채널은 거의 보지 못했다.
왜일까?
고등 학부모들이 원하는 건 공부하지 않는 아이를 '하게' 만드는 법, 적당히 하는 아이를 '열심히' 하게 만드는 법이다. 그러나 고등학교는 아이 스스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다. 이미 초등 시절, 학교와 가정에서 공부 습관과 정서가 형성된 이후이기 때문에, 고등학교 교사라고 해서 특별히 말해줄 수 있는 ‘비법’은 없다.
중고등학교 교사가 책을 써도 결국 초등 시절 국·영·수 공부의 습관, 공부 정서, 운동, 부모와의 관계 등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는 내가 아니라도 해 줄 사람들이 차고 넘친다.
중고등학생을 자녀로 둔 엄마들에게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은 있다.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집에서 볼 수 없는 아이들의 기특한 모습을 말해주는 교사가 되면 어떨까 하는. 고등학교에서 선생님들이 감동받는 학생들은 공부 잘하는 학생이 아니다. 공부랑 상관없이 '저 아이들은 뭘 해도 하겠다, 그냥 믿어주면 되겠다' 그런 생각이 드는 아이들이 있다. 어떻게 그런 태도와 인성을 가지게 되었는지 도리어 교사가 엄마들에게 물어보고 싶은 학생들이 있다.
그런 학생들의 양육자를 게스트로 모시는 건 어떨까.
"어떻게 키우셨나요?"
전문가들에게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엄마들과 함께 미담을 공유하는 유튜브.
이 채널에서는 공부 잘하는 아이들만 주인공이 되지 않는다. 생활 지능 높은 아이, 친구를 자랑스러워하는 아이, 가족을 위해 요리하는 아이, 일기 쓰기로 사춘기를 잘 넘기는 중인 아이,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의견으로 모두를 놀라게 하는 아이, '고맙습니다' 한 마디를 하려고 교무실을 굳이 찾아온 아이.
예상컨대, 게스트로 모신 양육자들의 대답은 한결같을 것이다.
"아유, 집에선 안 그래요."
"제가 딱히 뭘 한 게 없어요."
마지막 질문으로 꼭 이렇게 물을 것이다.
"아이를 키우며 가장 신경 쓰신 것 한 가지가 있다면?"
역시 예상하건대, 아무도 선행이나 공부를 답하진 않을 것이다. 오히려 신경을 못 쓰고 키워서 미안하다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우리 집에 사는 '신경 쓰지 못하고 키운 아이'가 떠오를 것이다. 앞날이 걱정될 때도 있지만, 내가 모르는 미덕과 재능이 있으려니 믿어지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결국,
'세상에 공부가 다가 아니'라는 말을 정말 피부로 와닿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지금 내가 그런 것처럼.
나는 사업머리가 없는 사람이라,
내가 생각한 콘텐츠는 아마도 돈이 되지 않을 것이다.
돈을 벌려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주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원하는 것만 띄워주는 유튜브의 알고리즘 속에서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칠지 모른다.
공부 잘하는 것 말고도 예쁘고 기특한 모습들, 우리가 바라봐 주고 기억할 모습들이 얼마나 많은지.
하나도 봐주지 못하는 사이에 아이들이 큰다,
아쉽게도,
커 버리고야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