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오랫동안 롤모델? 혹은 경쟁자?로 삼는 이가 있다. 하지만 그는 나의 존재조차 모른다는 것이다. 나 혼자 몰래 흠모하고 따라 하고 가끔은 질투를 하기도 한다. 그를 나의 선의의 라이벌로 삼아 다양한 길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나 혼자만 알고 싶었다. 그는 나를 모른 채로 지금 이 모습 이대로. 근데 며칠 전 그가 나의 영역까지 가깝게 들어온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그에게 가까이 가기 위해 노력한 것인 걸까? 실제로 만나게 된다면 퍽 두렵기도 하다. 나의 존재와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달까.
미지근한 관계보단 차라리 모른 채로 지내는 게 더 나을 때도 있다. 나이가 들다 보니 넓은 관계보다 깊은 관계가 더 나을 때도 있다. 그래서 이왕이면 깊은 관계가 되지 않을 것 같으면 모르는 채로, 모르는 사이로 지내고 싶은데 왠지 모르게 곧 마주칠 것 같은 느낌이다.
나는 왜 그가 나를 모른 채로 있길 원할까? 나의 부족함을 들키고 싶지 않달까. 재력, 미모, 지성, 인맥, 글쓰기 실력 등 내가 흠모하는 모든 것을 갖춘 그로부터 위축이 되는 건 아닐지. 두려움이 문득 휩싸여 마음이 불안한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