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로 간 작은 고모를 생각하며
그냥 문득 떠올랐다. 작은 고모가.
작은 고모는 내가 스무살이 되던 해에 돌아가셨다.
이혼가정에서 자라 친정에서 대식구로 자란 나에게 다정한 마음을 참 많이 내어주던 분이었다.
문화생활을 할 기회나 좋은 음식을 먹거나, 가족여행을 가거나, 옷을 사주거나 거의 대부분 작은 고모가 가족을 위해 많이 감당했던 것 같다.
작은 고모는 좀 멋진 여성이었다.
호탕한 성격에 세련된 외모. 대기업을 다니다 퇴직 후, 공부를 시작해 교수가 되었고 이후에 안타깝게도 뇌출혈로 연구실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런 작은 고모가 오늘 문득 떠오른다.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즈음, 사춘기시절에 큰고모에게 혼나고는 방에서 토라져 있을 때가 있었다. 그럴 때 내 방에 들어와 나를 달래주던 사람은 바로 작은 고모였다.
사촌동생과 작은 고모가 일정이 있어 나갔다 오는 날에도 내 옷이나 머리핀을 그렇게 꼭 하나씩 사 왔다.
작은 고모는 그런 사람이었다.
나에게 때로는 고모이기도, 이모 이기도, 엄마이기도 했다.
그런 고모가 돌아가시고 나서 딱 한번. 내 꿈에 나온 적이 있다. 바로 첫째를 임신했을 때였다.
꿈에서 고모는 내 양손을 붙들고는 환하게 웃으며 진심으로 축하를 해주던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첫째가 태어났다.
첫째 생일은 공교롭게도 작은 고모 기일과 같은 날이었다.
첫째가 혼자 거울을 보며 자신을 꾸미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나의 사춘기 시절이 떠오르고, 그 시절에 함께 있었던 작은 고모가, 그리고 고모가 함께였던 우리 가족들이 오늘은 문득 그립다.
집 천장이 구멍 나듯 크게 웃던 그 호탕한 웃음이.
귓가에 맴돈다.
언젠가 하늘나라에 가서 만나게 된다면,
첫째를 임신했을 때 축하해 줘서 고마웠다고.
잠깐이었지만 가족으로 머무르던 시간이 잊지 못할 행복한 기억들이었다고 꼭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