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 다정한 웃음 한번, 밝은 농담 한 번 함께할 수 있는 엄마이길
두 아이를 키우며 참 많은 엄마들을 만났던 것 같다. 아이라는 공통분모로 모인 엄마들은 쉽게 친해지고 마음을 열어 대화를 나누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마음이 맞는 경우가 많아 일상적인 얘기를 공유하기도 하고 때로는 친구들보다도 더 많이 만나며 대화하는 관계가 되기도 한다.
이 관계에서 그래도 나는 다행히 운이 좋았다. 물론 마음이 맞는 경우만 겪어 본 것은 아니었으나, 인터넷상에 떠도는 불편한 사례를 겪은 일은 없이 좋은 엄마들과 더 깊은 관계를 많이 맺었던 것 같다.
좋은 관계들을 이어나갔던 엄마들과 종종 만나면, 양육방식이나 그분들의 삶의 이야기들을 통해 이런 점은 배우고 싶다. 닮고 싶다 하는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다.
아이에게 기복 없이 온화한 성품으로 양육하는 엄마를 만나면 때로는 나도 좀 더 기복 없는 육아를 해야지라는 생각을 했고, 육아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정보를 공유해 주는 분을 만날 때면 나도 육아정보를 더 많이 알아 내 아이의 육아에 더 깊은 관심을 쏟아내야겠다 하며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가장 부럽기도 하고 배우고 싶다고 느꼈던 분이 있었다.
바로 그저 '에너지가 많은 엄마'였다.
'에너지가 많은 엄마'의 대부분은 아주 외향적인 성향으로 육아에도 개인의 삶에도 충실하고 성실하다.
자신의 삶을 게을리하지 않으면서, 아이들을 돌봄에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 점이 참 배우고 싶었다.
무엇보다 육아와 삶 균형을 맞추며 어느 것 하나도 놓치고 있는 것 같지 않아 보이는 그 삶이 대단하고 존경스러웠다.
그리고, 그 엄마의 아이들이 참 밝아 보였다. 구김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에너지가 많은 엄마를 부러워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엄마가 되어 주지 못하는 날엔 나의 두 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득할 때가 있었다.
나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한다면,
내향적인 기질을 갖고 있어 사실 그렇게 에너지가 많은 엄마인 편은 아니다. 쉽게 지치고, 힘들어한다. 아이들에게 티를 안 내려 하지만 어쩌면 아이들이 그 점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듯하다.
물론, 늘 그러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의 친구들과 약속을 잡아주고 놀아줄 때도 있고, 육아에 대한 정보를 열심히 찾아보기도 하며, 나름 나를 위해 산다며 조금은 노력해 나가고, 집에서도 해야 할 일들을 벌려 부지런히 움직일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날은 꼭 쉼이 필요해 육아나 삶의 균형을 잘 맞추지 못할 때가 있다.
게다가 요즘은 건강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만, 계속해서 회복하기 위해 치료, 운동, 신앙에 전념을 하는 것에 에너지를 쏟다 보니 오히려 아이들에게 한마디 따뜻한 말, 따뜻한 미소를 못해줄 때도 많다.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체력이 약해서인지, 먹고 있는 약의 영향 때문인지, 조금 축 쳐지고 아이들의 밝은 에너지를 온전히 받아내지 못해 주는 날이었다.
가끔은 그런 축 처짐이 조금은 외롭고 조금은 우울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 이유는 내가 엄마의 역할을, 아내의 역할을 잘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 같다.
나도 에너지가 많은 엄마였으면 좋겠는데.
아이들의 밝은 이미지를 나도 밝게 받아주고 농담도 같이 하는 엄마였으면 좋겠는데.
그러지 못함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에너지가 많은 엄마이고 싶은 이유는.
나의 회복을 돌보면서도 육아와 집안일도 잘 해내는 그런 엄마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배울 점이 참 많은 엄마들이 있었지만, 그 모든 점을 다 배우기엔 내가 또 너무 에너지가 부족하기에.
다른 어떤 것 보다 엄마의 역할, 아내의 역할, 그리고 나의 역할을 잘 해냄과 동시에, 그저 아이들에게 다정한 웃음을 주고 같이 밝은 농담을 할 수 있는 엄마였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일부터 우선 체력을 길러 보아야겠다.
역시나 나는 에너지 넘치는 엄마가 되고 싶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