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약 한 알이 내 나약함을 알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y 온유




지속성 우울증, 공황장애, 불안강박.

내가 가지고 있는 질병이다.


약을 먹기 이전과 약을 먹은 후가 너무 달랐다. 약을 먹은 이후에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늘 평온한 거였다고? 내가 가진 게 불안이고 우울이었구나.


그렇게 약을 먹고 나서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평온을 찾을 수 있었다. 부작용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 고비들을 넘기며 최근 안정을 찾은 듯 보였다.


그런데 일주일 전 즈음 새롭게 추가된 약이 나에게 맞지 않았다. 아주 작은 반쪽 알약이었다.


그 반쪽이 나를 참 힘들게 했다.

내가 둔감한 건지, 처음에는 그저 좀 차분하고 멍한 건 줄 알았는데 이전과 달리 자꾸 말을 하다 깜빡하고 기분이 멍하고 그릇을 깨고 반찬통을 엎었다.


운동을 하고 기도를 하고 책을 읽어봤지만 계속해서 약한 우울과 불안이 속되었다.


그래도 신앙으로 버티다 약의 부작용인가 인지하고는 안 되겠다 싶어 병원에 전화를 했다. 약을 바꾼 이후 그런 것이니 부작용일 가능성이 없지 않고 증상이 다시 심해진 것 같으니, 우선 아침저녁에 먹던 반쪽 약을 빼고 먹은 뒤 다음 내원 때까지 지켜보기로 했다.


참 나약하다 생각이 들었다. 그 반쪽 한알이 나를 이렇게 만드는구나. 회복이 시작되고 나서 다시 나의 모습을 찾을 줄 알았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 조금 속상한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처음 치료를 시작하고 회복하고자 마음먹었던 그때를, 그리고 이 상황 속 하나님의 계획하심이 있을 것이다 생각했던 그때를 떠올린다. 분명히 이유 있음을 다시 생각한다.


나약한 내가 약 한 알에 다시 흔들림이 참 속상함이 분명하지만, 그래도 다시 괜찮아질 것이다.


참 그 작은 약 한 알이 나의 나약함을 알게 한다.


그럼에도 주님이 주신 평안이 오늘의 나에게도 있기를.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부디 평안하길.

바라본다.


keyword
이전 20화길가에 떨어진 벚꽃잎들을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