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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친구 세명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라는 말에 대해

인생친구가 있어, 될 수 있음에 감사

by 온유




올해 연세가 92세이신 친할아버지는 글을 읽는 것과 쓰는 것을 좋아하신다. 할아버지께서는 나에게 편지를 써주시기도 하고 때론 나를 보며 종종 여러 이야기들을 해주시기도 한다.


몇 해 전 육아로 내가 지쳐 보였는지 나에게 핸드폰 연락처에 지금 바로 전화할 수 있는 친구가 몇 명이냐고 물으신 적이 있었다.


그러고는 인생에서 세명의 친구만 있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성공한 인생이라고 하는 이야기를 설명해 주신 적이 있었다.


그때는 친구들도 있지만 사실 남편이 제일 좋은 친구라고 얘기를 했었는데, 할아버지는 그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속마음을 털어놓고 때로는 즐겁게 이야기도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어야 한다고 하셨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에는 말을 깊게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시간이 흐르고 그 말들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된 일이 있었다.



바로 어제, 친구들을 만나는 약속이 있어 남편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오랜만에 외출을 했다.


나를 힘들게 하던 약을 다시 빼고 복용하고 있으나 사람이 많은 장소로 외출을 하 (오랜 친구 들이긴 하나) 다수의 사람을 만나는 것이 조금 겁이 났다.


그래도 편안하고 오랜 친구들이기에,

최근 먹고 있는 약의 영향으로 내가 평소와는 다를 수 있음을 양해해 달라고 미리 언지를 하고 약속장소로 향했다.


친구들이 있는 곳에 도착하고는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황을 얘기하기도 하고 여러 주제로 서로의 생각을 얘기하기도 하며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대화를 하는 중간에 사실 피곤하고 힘든 순간이 있었다. 하지만 그 친구들은 내가 조금 쳐지고 피곤한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나를 평소처럼 대해 주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만큼은 나는 누군가의 엄마도 아니고 누군가의 아내도 아니고, 우리가 친구였던 그 시절 그대로, 오롯이 나의 모습으로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 점이 왠지 마음에 들었다.


즐거운 대화를 많이 나눈 뒤 헤어짐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친구들과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살자고 얘기를 하곤 다음을 기약하며 인사를 하고 삼삼오오 돌아가는 길이었다.


출산을 앞둔 임신한 친구와 길을 걷고 있었는데, 가는 길에 꽃집이 보여 구경삼아 함께 꽃가게에 들렀다. 평소 내가 꽃을 좋아한다는 걸 아는 친구는 함께 꽃가게에 들려 예쁜 꽃을 골라주었다.


문득 친구에게 꽃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친구가 예쁘다고 했던 꽃을 선물해 주었다. 그 친구는 감동을 받았다고 표현하며 꽃을 받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꽃을 받은 것 마냥 주는 나 역시 환한 미소를 지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할아버지가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다. 이전에는 친구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었는데,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보니 친구라는 소중한 존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생각해 보니, 나의 곁에 있는 친구들이 더욱 소중히 여겨졌다.

결혼을 준비할 당시에 나를 위해 파티를 해주며 다 같이 기도를 해주고 편지 한 장 한 장 정성스레 써준 친구들. 내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을 만들어 준 고마운 친구들이었다.

8년전, 결혼하는 나를 위해 파티를 준비해준 친구들


서로의 일이라면 기쁜 일은 더 기쁘게 웃어주고, 슬픈 일은 누구보다 깊게 공감하며 함께 울어주던 나의 친구들이었다.


주는 것에도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내가 어떤 모습이던 나로 대해주는. 무슨 대화를 했어도 대화를 마친 후 돌아가는 길에 마음이 편안할 수 있게 해주는. 배려와 존중을 기반으로 서로에게 따뜻함이 되어 주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서로를 아끼고 귀하게 여겨주는.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고 내 일처럼 공감해 주는 그런 나의 사람들.


지나간 시간들을 찬찬히 돌아보니 그 친구들은 나에게 인생친구들이 분명했다.



돌아보니 할아버지의 말씀이 틀림없었다. 가족이 주는 기쁨, 행복과는 결이 다른 행복을 친구로부터 느낄 수 있었다.


돌아보니 고맙고 소중한 친구가 있는 내 삶은 성공한 인생이 분명다.




누구에게나 때로는 역할이 부여된 내가 아닌, 오롯이 나의 모습으로 어떤 모습이든 있는 모습 그대로를 존중받고 소중히 여겨줄 이가 필요하다.


인생친구는 이 사실을 가능하게 해 준다. 그렇기에 소중한 친구가 곁에 있음에 감사하고 나 역시 소중한 친구가 되어줄 수 있음에 감사하다.


그렇기 때문에 할아버지가 말씀하셨던 '소중한 친구 세명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라는 말'은 결국 자명한 사실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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