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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촌놈

저는 촌놈답게 깜빡이를 켭니다.

by 이쁜이 아빠

운전대를 잡고 서울 도심이나 은근히 도시을 달리면, 가끔 이상한 생각이 듭니다.

“혹시… 교통법규가 나 몰래 바뀐 건 아닐까?”

차선 변경, 좌회전, 우회전시 깜빡이를 켜면,
앞차는 곧바로 속도를 올려 진입을 막습니다.

반대로 깜빡이를 켜지 않고 살짝 밀고 들어가면,
이상하게도 아무 일 없이 쏙 들어갑니다.

마치 이곳 만의 ‘비공식 교통 규칙’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요즘은 도로바닥에 색깔별로 진입방향을 표시하여
차량의 흐름을 원활히 한다.

도로교통법 제38조 1항은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진로를 바꾸거나 회전할 땐 반드시 방향지시등을 켜야 한다고 말이죠.

하지만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그 법보다 "눈치와 속도가 먼저인 ‘문화"가 운전을 지배합니다.

그전에는 깜빡이를 켜면, 뒤차가 속도를 줄이고
“들어가세요~” 하고 손을 들어 인사표시 하는 시절이 있었다.
그 한 번의 인사에 피곤이 풀리고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하지만 대도시에서는, 그 깜빡이가 오히려 ‘진입 예고 방송’이 되어, 초보운전이나 촌티가 난다고 생각하나?

방어 본능을 자극하는 듯합니다.

그래도 저는 촌놈답게 깜빡이를 켭니다.
배려가 촌스럽고, 예의가 구식이라면… 저는 기꺼이 촌놈이 되겠습니다.
법은 안 바뀌었지만, 사람 마음이 바뀐 세상에서
그 촌스러움이야말로 지켜야 할 마지막 규칙이니까요.


오늘도 자동차운전하며 느꼈습니다.
법이 바뀐 건 아니지만, 사람들의 마음속 교통법은 이미 개정됐다는 것을.
그 속에서도 깜빡이를 켜는 사람, 그게 바로 저입니다.

#자동차신호#깜빡이#신호등#촌놈#도시남#안전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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