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오늘 얼마 드셨어요?” “오늘도 익절하셨죠?”
요즘 투자방이나 친구 단톡방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나는 그 질문에 늘 살짝 웃는다.
그리고 조용히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예전에는 그랬다. 익절한 날이면 인증 캡처를 보내고, 하락장에서 잘 빠져나온 날엔 혼자 소리 없는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다르다.
수익보다 더 짜릿한 건… 침묵이다.
왜냐하면 그 침묵은, 누구도 모르는 ‘내 안의 작전회의’가 끝났다는 뜻이니까.
주식이라는 건 결국 감정과의 싸움이다. 익절하면 자랑하고 싶고, 손절하면 숨기고 싶다.
그러다 보면 타인의 수익에 흔들리고, 내 기준이 아닌 '남들의 기준'으로 움직이게 된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침묵이 내 전략을 지켜주는 유일한 안전지대라는 것을.
오늘, 나는 장 초반에 매수했다. 2% 수익권에서 팔고 나왔다. 딱히 대단한 매매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후 종목이 7% 넘게 상승하자, 마음이 출렁였다. “더 기다렸어야 하나…”
그럴 때 나는 노트를 펼쳐 쓴다. 『오늘의 복기: 분할매도 전략은 유효했고, 욕심은 버릴 것』
그리고 다시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침묵 속에서.
지금 내 수익률은 남들 눈엔 평범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 수익률 안엔, 매일매일 나와 싸우고 이겨낸 기록이 담겨 있다.
익절보다 짜릿한 침묵은, 바로 그런 시간들 끝에서 얻어지는 '내적 승리의 증거'다.
누군가는 말한다. “수익은 자랑해야지.”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자랑은 수익이 아니라, 그걸 지켜낸 침묵에 있다.”
그 침묵은 겸손이 아니다. 그건 단련이고, 전략이며, 다음 기회를 위한 공간이다.
익절은 통장에 남고, 침묵은 내 안에 남는다.
그리고 그 침묵이 쌓일수록, 나는 더 단단해지고, 더 고요하게 움직이며, 더 많은 것을 읽어낼 수 있게 된다.
익절보다 짜릿한 침묵. 그건 지금, 나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퇴직 후, 주식시장과 감정 사이에서 ‘단단함’을 연습 중.
“말보다 침묵이 강할 때가 있다. 특히 매매에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