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의 꿈 재혼(2회)

그의 그림자

by 마미

문화적, 신사적, 사회적인 그는

꿈에 그리던 재혼을 꿈꾸며

재혼의 용서로 전처의 무덤에 꽃을 놓았다.


그는 회사를 정리했고 나는 운영하던 매장에 없던 자리를 만들어 그에게 대표 직함을 주었다.


내가 선택되었던 건지, 내가 선택한 것인지 운명처럼 피할 수 없었던 재혼이었다.


재혼 생활은 공작새의 깃처럼

다양한 색으로 나를 유혹했다.


그 빛깔은 페로소나 얼굴로, 나비의 날개가 되어 훨훨 날기 위해 꿈틀거리는 힘겨운 애벌레 같았다.


못다 한 사랑의 꽃을 피우고 싶었던 나는 행복이란 꽃밭을 만들고 싶었다.


대학생 아들과 취업한 딸,

두 아이들과 함께 살아야 하는 현실은 생각보다 설레었고 침착했다.


아이들 눈치와 남편의 눈치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피곤한 긴 여정은

재혼의 출발선에 함께 서 있었다.


그는 새아빠의 역할에 최선을 보이며

'새' 한 글자를 떼기 위해 웃음을 잃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성실하게 인자했으며

넉넉함을 곁들인 젠틀맨이었다.


재혼과 함께 품 안에 있던 두 아이들과,

낡은 26평 아파트에서 넷이 살집으로 이사를 했다.


그의 사회적 품위에 맞게 57층 아파트였다.

거실은 사방이 통유리로 되어있어, 저 멀리 보이는 사람들과 낮게 보이는 지붕, 작은 봉우리가 보이는 산들이, 마치 나는 신대륙을 발견한 사람처럼 아찔했다.


아이들은 거대한 폭포 아래를 보듯 신기했고 만족했다.


통유리 아래로 보이는 거리가 온통 떨어진 나뭇잎처럼 보이기도 했다.


고요하고 조용하고 낮은 지붕에 작은 골목들이 애처롭고 가엽게 내 눈에 들어왔다.


그 골목과 낮은 지붕 그리고 적막함은 근심과 한숨이 서리서리 물들었던, 26평 속의 몸부림, 삶이 지금 보이는

저 아래 골목처럼 닮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고개를 돌렸다

'행복해야 돼 이젠.'


집에 걸맞게 큰 식탁과 의자,

호주에서 그녀와 사용했던 콘솔, 대형티브이,

귀족 무릎 위에 있어야 될 듯한 쿠션까지....

집은 모던하면서 화려한 집으로 만들어져 갔다.


난 어느새 애처롭고 낮은 지붕을 떠나 높고 넓은 통유리를 내려다보는 까만 머리 여왕이 되어있었다.


그가 배치한 가구는 낯설고 조심스러웠다.

여백 없이 점점 채워져 가는 가구들은

과거의 부인과, 온실 속에서 잘 키워낸 아이들의 세월이 담겨 나에게 자꾸만 왔다.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실 때는 과거의 그녀와 나, 그리고 이 남자 세 사람이었다.


그녀가 쓰던 로열 알버트 찻잔에

그녀가 휘휘 젓던 앙증맞고 우아한 스푼들이 누워있는 서랍 속은 눈을 감게 했다.

그녀가 사용했던 사소한 액세서리까지.


나는 보이지 않는 그녀에게 압도되어 숨이 막혔다.


그것은 그가 나에게 당당하고 여유 있게 건넨 재혼의 도전장처럼 느껴졌다.


나는 소심해졌고 그의 자신감과 당당함에

내 심장은 울어댔다.


황당함이 당황스러웠지만,

재혼이란 엄청난 사건 앞에서는 어떤 감정도 표출할 수도, 눈물을 보일 수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앞과 뒤가 다른 재혼과 신혼의 앞치마를 동여 메야했다.

그가 아이들에게 보여준 사랑에

보답이라도 하듯,

재혼의 꿈을 실현이라도 하듯.


"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백년"... 흥얼대던 노래처럼 살기 위해 나는 그에게 식사와 잠자리에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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