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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스카 Nov 15. 2018

감성의 정도

예민함과 둔함의 사이

요즘엔 어떤 설렘도 찾아오지 않는다. 그냥 좀 무기력 하고 재미가 없다. 이런 상태로 글감을 찾아보던 중 전화가 한 통 왔다. 친한 동생이었다. 간만에 검은 하늘이 푸르게 물드는 시간까지 오래도록 전화를 주고받았다. 사람이 지친다고. 분명 사람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들이 재미있는 시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모든게 지친다고 하더라. 나 또한 내 삶이 반짝반짝 빛나던 시기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 빛은 퇴색되어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반짝거림도 백색왜성의 마지막 빛이었을까. 다가올 종말을 기다릴 뿐이었던 것일까.

지금 이 삶의 익숙함에 머무르며 많은 걸 놓쳐버린 듯 하다. 많은 길을 걸어 온 듯 해도 제자리 걸음만 한 것 처럼 느껴지는 삶. 너무 아득하다 느껴질 뿐이다. 더구나 오늘 같은 날엔 내 삶을 의심해보기도 한다. 아무 문제 없는데도 괜히 그런 생각이 들곤 한다. 왜 그리 대단치도 않은 것들을 사랑하려 애써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 뿐더러, 내가 사람들과 친분을 더 쌓을 필요가 있을까 싶은 요즘이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감정이 예민한 편이다. 누군가가 툭 뱉은 말에 쉽게 상처받고, 마음을 닫는 편이기도 하다. 이건 어쩌면 유전적인 영향도 없지 않아 있다 생각한다. KCL에서 유전자 연구를 통해 태어나는 순간부터 신경성질의 유전자의 스트레스성이 결정된다고 발표를 했다. 굳이 유전자의 성질 때문이 아니더라도 상대방의 기분을 생각하는건 기본적인 것 아닐까 싶지만 이것또한 내 기준일 뿐이므로 타인은 ‘왜 그런 문제로 기분상하냐.’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 감정의 대역폭이 다를 뿐이다.

그래. 감정의 대역폭. 중요해. 감성의 둔함과 예민함이라고도 말 할 수 있겠지. 결국 사람을 만나도 즐거웠던건 나의 감정을, 나의 영역을 이해하는 사람들과 만났을 때라고 느낀다. 점점 동네 친구들과 연락이 줄고 만남을 갖지 않게 되는 이유도 이런 영향이 크다. 보편성이라고 말을 해야할까? 나는 항상 보편적인 것들과는 거리가 멀었던 사람이다. 단순하게 얘기하자면 게임성을 이야기 할 때 스토리와 액션성등을 바라보는 내가 있는 한편 pc방 점유율이 게임성의 지표인 친구들도 있다. 가장 단적이지만 가장 확실한 차이다. 만약 이런 친구들이 보편적이라고 가정할 경우 나같은 사람은 보편적인 사람들과의 만남이 불편한 편이다. 친구들과 모여 있을 때 나의 생각을 나누고 이를 통한 공감과 반박을 즐기는 편인데, 연애 이야기나 주식 이야기 혹은 돈 버는 이야기를 하는 자리에 있을때면 우주속의 홑별이 되어버린 기분이 든다. 어떤 말을 해야할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그래서 나는 감성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는게 가장 중요하다 생각한다. 친구든 연인이든. 감성이 둔한 사람은 왜 멀어지는지도 모른채로 멀어지고 예민한 사람은 둔함에 지쳐 멀어진다. 결국 내가 편하기 위해서는 마음의 결여가 필수적이다. 마음이 둔해져야 한다. 나쁜일이 찾아와도 앞으론 이런일이 더 많을테지, 상처받아도 나도 누군가에게 상처주겠지, 미워하는 감정이 생겨도 사람은 완벽하지 않으니까 하며 넘겨버리는, 나를 놓는 결여. 그러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슬픈것도 우리가 행복을 알기 때문에 슬픈거 아닐까. 그냥 슬플땐 슬픈채로 있어야지. 싶어진다. 억지로 최면을 걸어봤자 후에 반동이 더욱 심하게 온다는걸 알기 때문에. 그저 다가올 행복을 기다릴 뿐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시계를 봤다. 저녁 8시다. 그래 오늘도 잘 버텼지. 8시면 많이 버텼지. 그래. 나는 오늘 하루도 잘 버텨냈다. 서글프지만 이렇게라도 생각해야 보람이라는걸 느끼지 않을까. 좀 억울하긴 하다. 나를 지켜보자는 생각을 하며 다짐을 한다. 화가 나면 소리도 지르고 욕도 하자. 그렇게 또 나를 지키자. 그러다 보면 누군가는 날 떠나겠지만 어차피 다 지나버린걸. 그리 대단하지도 않은 걸 사랑하려 애쓰지 말자. 그저 허공에 맴돌 뿐인 나의 다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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