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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스카 Nov 20. 2018

손을 잡는다는 것

파랗게 멍든 시간들.5

손을 잡는다는 행위는 특별하다. 물론 내 생각. 이유를 대자면 몇가지 들 수 있을텐데, 첫번째로 손을 잡을 땐 결국 서로의 체온을 맞댄다는 것. 36.5도 언저리에서 맴도는 각자의 온도가 합쳐진다는 점에서 이 사람을 알아가는 기분이 든다. ‘아, 이 사람은 이정도의 온도구나’ 하는? 두번째는 촉감. 사람의 손은 그 사람의 인생을 대변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어느 부분에 군살이 배겼는지, 어떤 부분에서 부드러운지. 내 손과 크기를 대보거나 손톱, 손끝의 모양을 살피는. ‘손톱은 이정도로 자르는구나.’ 하는 그런 기분. 어쩌면 세번째 이유가 가장 클 수 있는데, 하룻밤 사랑을 나누는 사이에도 손을 잡는 행위는 하지 않는다. 손을 잡고 길을 걷는다거나, 손을 잡고 같이 영화를 본다거나 하는 일들 말이다. 입을 맞추는 일, 혹은 순간의 감정을 말하는 속삭임은 전할 수 있어도 손을 잡고 어떤 일을 한다는 건 없다. 그래서 손을 잡는다는건 특별하다.

어쩌면 손을 잡는다는건 누군가에게 ‘우리’라는 사실을 공표하는 일이기도 하며, 동시에 서로를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신체적인 대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손을 잡았을 때 미세한 떨림이나 촉감을 ‘너’와 ‘나’ 아니면 누가 알 수 있다는걸까. 피부과 의사선생님? 더 있을까? 피부과 선생님도 이렇게까지 관심은 없을거고, 아마 엄마 아빠도 모를거야. 결국 둘만 아는 이야기라는 것.

나는 항상 손을 잡는다는 사실이 설레고 떨린다. 처음 손을 잡을때, 잡아도 되나 싶으면서 스치는 그 긴장감. 홧김에 확 잡았을 때 어쩔줄 모르겠는데 아무렇지 않은척 하느라 애쓰는 것. 그래도 잡으면 좋고, 괜히 드는 안정감에 더욱 기대게 된다. 어쩌면 손을 잡는다는 것 보다 손으로 함께 나누는 모든 일들이 설레는 걸지도 모른다.

내 손가락 끝으로 립버터를 떠서 입술에 발라줄때 손에 전달되는 입술의 느낌. 머리를 넘겨줄때 흐르는 머릿결 느낌. 볼을 만질때 화장 지워진다고 싫어할지라도 그 형태가 전달되는 것. 그런 것들. 손이 주는 정보만큼 즐거운건 없을지도 몰라. 말로 전할 수 없는 진심도 손은 할 수 있더라. 아마도 이런 이유 덕분에 조심하면서도 더 잡고 싶은건가 싶다.

그래서 이별이 무서운거다. 내 손으로 더이상 상대를 알 수 없다는 사실이, 그 손을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이, 그 머릿결을 만질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슬픈거다. 분명 나에게 크나큰 안정감을 주는 존재가 가장 큰 약점이 되어 돌아온다는 사실이 그렇게나 아플 뿐이다. 그 공허함이, ‘우리’를 알릴 수 없다는게, 내 삶의 약점 다 돌봐주던 사람이 하나 더 줘버리고 가버린다는 사실이, ‘우리’라는 두글자가 ‘너’그리고 ‘나’ 한글자씩 분리되어 버리니 이만큼 슬픈 일이 있을까.

그럼에도 결국 지나버리는걸. 상처를 받은 사람은 더 조심하고, 성숙한 손을 건넬 수 있게 되는걸. 나의 모자람을, 모난 부분들을 알고 다음에 더 좋은 사람이 되어보자며 스스로를 사색할 시간을 갖게 되더라. 그래서 지난 사람들에게 그저 고마울 뿐이다. 당신들을 거치며 나도 더욱 나은 만남을 위해 노력하고, 여전히 서툴겠지만 나를 전하는데 있어서 만큼은 익숙해져 있으니까. 나 또한 누군가에게 상처받았던 사람들을 만나겠지. 그 사람의 이전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전할뿐이다. 당신이 예뻐했던 이 사람은 당신을 지나며 많은걸 느꼈을테고, 나는 그 부분들에 끌렸을테니. 가끔 멍하게 있을때는 그저 내버려 두겠다. 내가 당신에게 전할 수 있는 최대한의 감사니까. 하지만 나의 마음은 끝 없이 전할 생각이다. 마음은 말하지 않으면 모르니까. 말하지 않으면 일말의 이해하고자 할 여지조차 없으니까. 내가 마음을 말해야 하는 사람이니까. 내가 손을 잡아야 하는 사람이니까.

손을 잡는다는 행위는 나의 삶에 상대를 받아들이는 행위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끝이 왔을때는 내 삶에 빈 구멍이 생긴다는 큰 리스크가 있지만 그럼에도 끊을 수 없는것은 누군가가 삶의 일부가 되는 순간만큼 설레고, 가득한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손을 내밀어 주세요. 아니, 내가 내밀 손을 잡아주세요. 당신의 손을 잡고 싶습니다. 당신 손이라면 이 추운 겨울을 무던히 이겨 낼 수 있을것 같아요. 손으로 봉우리를 맺어요. 그렇게 시간 지나 눈 녹는 봄이 오면 나에게 꽃으로 피어주세요. 저는 꽃이 좋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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