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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스카 Nov 24. 2018

당신과 만나는 날은 추웠으면 합니다.

파랗게 멍든 시간들.8

일기예보를 봤다. 곧 중부지방에 눈이 온다더라. 벌써 2018년도 세상이 하얘지는 날이 돌아오는 시기가 찾아온거다. 나의 20대 전반부가 끝나고, 나의 학생이 끝난다. 2019년에는 좀 더 나은 내가 되어야지. 좀 더 강하고, 다정한. 따뜻함을 지닌 내가 되기를 바라고 있는 중이다. 다시 또 꽃피는 봄이 오고 나는 이곳 세종이 아닌 서울에서 새롭게, 새로운 누군가와 일을 하고 밥을 먹고 길을 걷겠지. 과거의 나는 지나쳐 가는거지.

공기가 많이 차가워졌다. 이젠 점심이 되어도 ‘따뜻하다, 덥다’ 라는 느낌은 전혀 없다. 이런 날 집안에 틀어박혀 있다보면 이불밖을 벗어나기가 싫어 침대속에서 한두시간 더 누워있다 다시 잠들기를 반복중이다. 아마 아이패드가 있어서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침대 옆 책꽂이 위에 아이패드를 두고 침대에 앉아서 글을 쓰거나 유튜브를 보거나 노래를 틀어두면 그만큼 시간이 잘가는게 또 없다. 나의 겨우살이는 게으름과 같이 찾아 왔는가보다.

나는 겨울을 좋아한다. 하얗게 물들어 반짝거리는 길을 볼때면 뭔가 아련해지곤 한다. 뒤숭숭한 기분도, 소복한 추움속에 찾아오는 따뜻함이 주는 만족감도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기분이라서 더 좋다. 끝나가는것과 새롭게 시작되는것이 하얗게 이어져 있다니. 어쩌면 하얀색은 시작과 끝을 이어주는 색이 아닐까? 하얀색이 시작 될 즘에 깊은 잠에 들었다가 다시 하얀색이 끝날즘에 봄을 틔우는 나무들. 그래. 하얀색은 시작과 끝, 하나의 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 반복속에 당신이 종종 생각난다. 한번쯤 아무렇지 않은 척 약속을 잡고 다 같이 모이는 자리라도 만들고 싶다. 내 작은 마음 꽁꽁 감추고 당신을 마주하고싶다. 이 겨울의 시작즘에 아픔이 끝났다. 새로운 시작이 오는 듯 하다. 타이밍이 오길 기다린다. 아니 이미 이 마음은 시작 되었다. 그래 하얀색은 시작과 끝이 이어지는 색이야. 그게 아니라면 하얀 계절에 이렇게 마음이 들뜨는게 말이 되는걸까?

내가 얼마나 겁 많은 사람인지 말하면 웃기겠지. 마음을 더듬고 생각을 정리하고 단어를 고른 후, 문장을 정리하고 설렘과 수줍음을 담아 봉투를 닫는 것. 이렇게 나를 당신에게 전달하는 것. 포근한 털실로 가득한 옷을 입고 하얗게 피어오르는 입김을 바라보며 내가 여기 있음을 당신께 알릴 수 있는것. 그래. 나는 그래서 겨울이 좋아. 이 따뜻한 설레임이, 곧 다가올 초록이 무성한 계절을 기다리는 즐거움이 겨울이 주는 마음들인걸.

이 마음들을 담아 젼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통해 네게 나를 보내는 것. 편지를 쓰는 내내 당신을 생각했다고 전하는 것. 그저 작은 마음 하나 가지고서 겨우내 잠들어 있는 것. 이게 나의 겨울잠이고, 겨우살이인걸. 이 겨울이 끝나면 당신에게 피우고 싶은 꽃이 있다. 아마 내게 이 감정은 그런 것이다. 당신에 대한 내 감정은 그런것이다. 내 마음이 그런 것이다. 당신이 내게 그런 것이다.

지금 하나 바라는 것은 당신과 내가 만나는 날이 추웠으면 합니다. 날씨를 핑계로 훌쩍이며 당신의 곁에 서 있을 수 있을것만 같아서요. 이 작은 바램으로 올해의 가장 추운날에 만날 약속을 만들어보려 합니다. 기상청의 일기예보를 봅니다. 글쎄... 언제가 가장 추운날일까. 그렇게 하루하루 일기예보를 뒤적거립니다. 그렇게 마음속에 씨앗 하나 심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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