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토스카 Nov 28. 2018

감정에 충실한 나라서

파랗게 멍든 시간들.12

계속해서 사람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결국 삶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이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쓰게 될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분명 이 글도 마찬가지고. 우리는 감정과 대비되는 표정이나 행동을 할 때가 있다. 기뻐서 눈물 나는것. 슬퍼서 웃음 짓는것. 분명 나는 기쁜데 터져나오는 눈물을 참을 수 없어서 하염없이 끅끅대고 있고, 슬픈 감정은 끝없이 차오르는데도 씁쓸하게 웃음 지을 수 밖에 없는 그것.

감정에 충실하거나 감정을 숨겨야 하거나. 무엇이 옳은지는 모른다. 그래야 하는 상황에는 맞게 행동하는게 맞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역설적인 행동이 튀어나오곤 하지. 감정을 숨기는건 나에겐 참 힘들고, 속을 알기 어렵게 만든다. 특히나 내가 실수하는 행동을 했을경우에는 더욱. 감정을 숨기는 행동에 의미가 붙고 자의적인 해석으로 인해 오해가 생기고 관계가 틀어진다.

늘 이런 상황이 오면 아버지의 날카로운 말씀이 따뜻하게 들린다. 아 그래서 그런 말씀을 하셨구나.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특히 나는 감정에 충실한 편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들이 어렵다. 영화를 봐도 슬프면 극장에서 스텝롤이 올라가는동안 한참을 울고있다. 영화가 웃기면 기분이 잔뜩 올라가서 한참을 웃어제낀다. 화가나거나 서운하면 바로 그 자리에서 얘기하고 풀어버리고, 그럼에도 안된다 하면 더이상 그 친구와 가까이 하지 않는다. 서서히 멀어진다.

그런 내가 마음을 복잡하게 만드는 친구를 대할 때 얼마나 어려울까. 사람 속은 알기가 너무 어렵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체 무엇때문에 저런 행동을 하는건지 잘 모르겠다. 그냥 힘들다. 그에 반해 나는 얼마나 알기 쉽고 대하기 편할까. 기분이 표정으로 쉽게 드러나서 읽히기도 쉽고 다루기도 쉬운 사람인걸.

나도 좀 어려워 지고 싶었다. 남들처럼 속을 잘 드러내지 않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럼에도 나는 할 수 없더라. 못하더라. 그래서 치부를 드러내기로 했다. 내 가장 약한 부분들을 드러내기로 마음먹었다. 나의 약점을 마주 했을 때 사람들이 나를 공격하려 한다면 단단해지기로 했다. 슬프지만 단단하게 버틸 수 있는 마음을 가지기로 했다. 되려 나의 치부를 안아주고 보듬어 주는 사람들에겐 더욱 다정한 내가 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나의 부족함을, 나의 나약함을 내보일 수 있는 사람이 진정 강한 사람이라 믿는다. 두렵다고 숨기는게 아니라 ‘이게 나의 가장 약한 부분입니다.’ 하고 말 할 수 있는 사람. 더이상 내가 사라졌으면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강한 사람. 때로는 낯선것 조차 기꺼이 받아 들일 수 있는 사람. 그것 마저도 좋다 할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

얼마나, 얼마나 아팠을까. 그런마음으로 타인의 약점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싶다. 손수건 하나 건네주고 방문을 열어둔 채 밖에서 기다릴 수 있는 내가 되고싶다. 내가 필요할 때, 나를 부르면 금방 들어가 얘기를 들어줄 수 있도록. 이건 나의 다짐. 또한 내가 바란것. 그런 것들이었지.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아니게 되겠지만, 지금은 아니니까. 그저 손수건 하나 쟁여둔 채 필요할 때 꺼낼 뿐.

매거진의 이전글 대단치도 않은 것들을 사랑하려 하는 당신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