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랗게 멍든 시간들.29
2018년이 이제 끝나갑니다. 비록 우리는 작년 한해 옷깃 하나 스치지 못 한 사람도, 기어코 시간을 만들어 만났던 사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가끔이나마 주고 받는 연락 속에서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읽고 듣고 생각하며 하루 하루 배워 나가며 지냈습니다. 사실 대화가 아닌 문자로써 상대를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 생각하지만 그건 그것 나름대로 당신들의 다른 모습일테니 나쁘진 않습니다.
마냥 힘들고 괴롭기만 했던 한 해는 아니라서 다행입니다. 올해 살면서 제 자신을 괴롭혔던 것들은 전부 그리 대단치 않았던 것에 목매고 애써왔기 때문일 뿐이니까 이제는 이것도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아직도 오늘이 2018년 마지막 날이라는 게 믿기지 않아요. 너무 기다려 왔던 순간이 다가와서 더 그럴지도 몰라요. 행복한 순간이나 시간처럼 머무르지 않고 흐르는 것들은 순식간에 지나간다는 걸 매년 잊은 채로 연말을 맞이했는데, 저의 26살은 그런 순간들을 오래 기억하고, 좀 더 배우며 제 자신이 성숙해졌으면 좋겠습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걸 새삼 깨달은 한 해였고, 작은 마음이라도 하나보다는 둘, 둘보다는 셋, 그렇게 조금씩 마음을 모으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한 사람이 지나치게 버티다가 회복할 수 없이 망가지도록 내버려두지 않으려면 역시 그걸 함께 나눠드는 방법 이외엔 없다는걸 배운 한 해였습니다. 벽돌을 하나씩 쌓아 계단을 만들어 속에 쌓인 욕심들을 위해 애쓰면서 속에서부터 무너지면서 망가지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보았습니다. 그 욕망이 만든 자신의 불행이 자신보다 더 가지거나 덜 가진 타인을 향한 폭력으로 쉽게 돌변하기도 해서, 사실 내 모습도 그렇지 않은지 섬뜩하게 두렵기도 했습니다. 전체를 보려고 하는 대신에, 결코 양보할 수 없는 한점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사랑앞에서 자존심을 세우는 것보다 진심을 다해서 애쓰는 것이 상처가 되더라도 나의 자존감을 깊이 채우는데는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우울의 끝자락을 만지작 거리다가 기어코 잡고 올라온다면 좀 더 차분하고 좋은 답을 찾아가며 행복하려고 하는 나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내 사람들과 이해하려 노력하고 존중하며 사랑을 나누려 하는 내가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비록 사랑이 있어도, 사랑이 없어도, 단단히 붙잡을 허망한 무언가가 있다가 없더라도, 나도 언젠가는 기필코 행복해지겠다는 마음을 놓지 말아주길 바랍니다. 결과가 어떠하든.
늘 그래왔지만 해 바뀐다고 괜히 기합 넣지 말고 포근하고 느긋하게 천천히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도록 해요. 더 많은 글로 여러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 하기에는 제 글 솜씨가 턱없이 부족 한 것 같습니다. 다들 즐거운 2019년 맞이 하시고 항상 건강하시고 이상과 꿈 이뤄내시길 바랍니다. 올해도 살아내게 해줘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