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어물 가게

by Jane Anne



광장의 중앙에는 옛날에 사용되던 깊은 우물이 있고, 여름이면 아이들이 물장난하는 작은 분수가 옆에 있다. 사각형의 각 모서리를 따라 레스토랑들이 들어서 있고, 야외 테이블에는 햇빛과 맛있는 식사와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이 앉아있다. 옷 가게, 보석 가게, 서점, 기념품 가게 등도 일정 부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네 개의 꼭짓점에서 길이 시작되고, 그 길은 작은 길들로 이어진다.

한 시간의 자유,

일주일에 한 번, 딸의 피아노 수업이 있는 날에는 광장의 아시안 마트에 들르고, 미처 사지 못한 요리 재료들도 다른 마트에서 산다. 가끔은 카페에서, 부드러운 카푸치노 한 잔으로 적당한 공복을 달래기도 한다. 오늘은 오랜만에 쇼핑몰로 가는 로를 선했다. 요즘은 옷을 거의 사지 않으나, 새 옷을 보는 즐거움은 여전히 누린다. 진열장에 들어와 있는 가을을 잠시 만끽하다, 밖으로 나왔다.

쇼핑몰 바로 맞은편의 길모퉁이에 새로운 가게가 들어선 지도 꽤 되었다. 뭘 파는지 궁금해하지도 않은 채, 지나쳐 다녔다. 내가 가진 식문화와 상관없는 곳이라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오늘은 왠지 들어가 보고 싶다. 가게 안에는 내가 외국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핸드폰을 꺼내 바로 사진을 찍을 만큼, 내 기분이 급격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말린 생선들,

노가리 같기도 쥐포 같기도 한 그리고 오징어, 문어, 연어 등이 대수롭지 않은 듯, 늘어서 있다. 냉동칸에는 방금 막 잡은 듯한 청어들이 두, 세 마리씩 일회용 봉지에 둘둘 감겨 있고, 냉동새우는 원하는 만큼 덜어갈 수 있게 비닐봉지에 가득 채워져 있다. 한국에 있을 때 무척 좋아했지만, 오랫동안 먹어보지 못했던 코다리 비슷한 것도 있고, 한 번에 먹기 좋게 포장된 건어물도 있었다. 가게는 바다 냄새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참 희한하다.

슬로바키아는 바다가 없는 나라라 해산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비리지 않은 대구 종류의 생선은 샐러드처럼 만들어서 빵에 발라 먹는다. 헝가리에는 매운탕 비슷한 음식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헝가리 음식을 먹고 자란 한 친구는 굴라쉬에 샐러드생선을 넣어 먹기도 한다. 요즘은 냉동상태가 아닌 해산물을 마트에서 살 수 있지만, 말린 생선까지 이곳 사람들이 먹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몇몇 포장지에는 러시아어와 비슷한 글자들이 적혀 있었다.


'그래, 우크라이나 사람들 덕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러시아가 침략하면서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이 도시에 정착했다. 지금도 슬로바키아 동쪽 국경을 통해, 사람들이 온다. 특히 우크라이나에 있는 학생들이 슬로바키아 대학교에 합격해서, 며칠에 걸쳐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이곳까지 온다. 슬로바키아어와 우크라이나어는 약 68%가 같은 슬라브어가 기원이다. 대학 입학을 앞둔 우크라이나 학생들을 본 적이 있는데, 순수함과 열정을 가진 학생도 그렇지 않은 학생도 있었고, 잔뜩 멋을 부린 모습 있었다. 생소하기도 또 나름 안도감을 느끼게도 했다.

바다를 접하고 있는 모든 나라들이 생선을 말려서 먹지는 않지만, 우크라이나는 흑해와 강과 호수에서 잡은 물고기를 건조해서 먹는다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맥주나 보드카 등 술안주로 즐긴다고 한다. 참깨에 매운맛을 더하기도, 부드러운 단맛이 나는 파프리카 가루로 조미한 것도 있었다.


건어물은 한국에서 올 때, 반드시 갖고 오는 품목 중 하나이다. 요즘은 현지 마트에서도 국 라면, 빵가루(돈가스용), 화장품 등을 살 수 있다. 그런데 건어물점 풍경까지 보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퇴근한 남편을 붙잡고 한참을 혼자서 떠들어 댄다. 남편은 인제 그만, 흥분을 가라앉히라고 한다. 하지만, 다음 날 친구를 만나서도 그건 쉽지 않았다. 결국 친구도 달뜨고 말았다.

소로를 따라, 여전히 내게 익숙지 않은 작은 것들을 탐험하고 발견하는 것은 외국에서 살아가는 삶에서 큰 즐거움을 준다. 새로 하나가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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