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ane Anne
Sep 14. 2021
가을 햇살 아래를 걸어본다.
나도 햇살을 가득 받아 따뜻해지고 싶다.
움츠러들었던 마음, 부끄러웠던 마음, 어둡고 퀴퀴한 습기 찬 곳들을 펼쳐 바짝 말리고 싶어 진다.
정오 때쯤 널어놓은 수건들이 보송해지는 그 시각, 나도 그러고 싶어 발길을 밖으로 향한다.
가을 햇살은 쬐기에 좋다.
나는 그저 햇살 가득한 가을을,
밖으로 나가 걸어 다니기만 해도 된다.
편한 청바지와 운동화를 신고,
때로는 트렌치코트에 굽 높은 구두를 신고서도
가을길은 따스하기만 하다.
무성했던 나무의 잎들은 바래지기도 하고,
서서히 빨간, 노란빛으로 번져가기도 한다.
몇몇 성급한 잎사귀들은 푹신한 땅으로 내려와 바스락, 바스락 진다.
햇살은 땅 위의 모든 생명들에게 골고루 뿌려준다.
밭고랑의 곡식들은 베어져 단에 뉘어 말려져 가고, 어느새 누렇게 익은 벼들은 고개를 숙이고 낟알을 통통하게 살찌워간다. 저마다 태양의 기운을 안으로 담아내는 계절이다. 나 또한 어느 즈음의 거리에서 따사로운 해를 받고 서 있다.
나는 내 마음을 모두 꺼내어 펼쳐서 말렸다, 다시 넣어두고 싶다. 그리고 오래 전의 언젠가처럼 말끔하게 깨끗해지고 싶다.
햇살이 구름에 가려 흐려지는 날이 오더라도
언제든 따뜻해질 수 있도록 마음을 데워놓고 싶다. 땅 위의 건초더미, 깻단, 벼, 대바구니에 널린 호박, 나뭇가지의 사과와 배 그리고 지붕, 베란다, 놀이터, 공원과 벤치가 따뜻해지는 것처럼.
빛으로 가득한 가을날은,
색색의 낙엽들을 모아서 낙엽비를 뿌려본다.
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그리고 어딘가의 너에게도. 아마도 가을에 젖어든 웃음이 맑게 퍼져나갈 것이다.
나는 이 아름다운 가을을 성에 차도록 계속해서 걸어 다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