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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Mar 21. 2021

30년간 살던 집을 정리하고

30년 평생첫 이사

태어나서 평생을 살아온 집을 떠나 30년 만에 새 집으로 이사를 했다. 나는 서울에서 일을 하며 지내고 있기 때문에 이사 준비를 하고 있다는 얘기를 종종 듣고, 가구를 이것저것 살 것이라며 카카오톡으로 보여줘도 이사를 간다는 사실이 크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내려와 보니 30년 동안 나의 모든 이야기가 있는 집을 떠나 새 집으로 오는 것은 나에게 큰 변화이기도 하고 부모님에게도 큰 변화다. 분명 큰 변화다. 그런데 엄청 아쉬울 것만 같았던 이 변화가 이상하리만큼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아무래도 살만큼 살았고, 오랜 시간 이사를 준비해와서 그런지 떠나는 것에 대한 아쉬움보다 새로운 공간에서 펼쳐질 이야기들이 더 기대된다. 30년을 살던 공간을 정리하는데 드는 시간이 4시간이라니. 정말 요즘 세상 좋아졌다. 

사실 아직 실감이 안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나중에 가서 한번 텅 빈 공간을 소중히 담아 올 예정이다. 아직 집이 나가지 않았지만 나가게 되면 영영 볼 수 없을 테니까. 그래도 나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떼 묻은 곳인데 마지막 모습은 잘 담아주고 싶다. 

엄마, 아빠가 평생의 수고로움이 담긴 이곳에서 불행보다는 행복을 누렸으면 좋겠다. 많이 많이 즐겁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익숙함에서 벗어나 새로움으로. 기분 좋음으로 이 공간들을 채워갔으면 좋겠다. 

나도 이 집에 자주 내려올 것 같다. 아빠 엄마의 취향이 곧 내 취향. 모든 것이 너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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