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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Apr 20. 2021

묻고 또 묻지만 결국엔 '나'

나는 지난 시간들을 생각해보면 인생의 크고 작은 결정들을 해갈 때 늘 누군가의 조언을 물어왔다. 물론 그 말을 다 듣고 수용하며 지내오지는 않았지만, 나보다 인생을 앞서 걸어간 사람들에게서 한 치 앞도 모르는 길을 걸어가야 하는 나의 불안을 덜고, 내 선택이 옳은지 아닌지에 대한 확인을 받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돌고 돌아 결국 나를 위한 선택을 했다는 것이 아이러니~)

그런데 지난 2월, 약 2년간 다닌 회사를 퇴사하고 한 달 정도 쉬고 다시 이직을 하고, 이직한 곳에서 또 다른 선택을 고민하고 있는 이 모든 과정을 지나며 그 선택들이 지혜로운 선택인지 물어가는 게 중요하기도 하고, 때로는 누군가의 의견을 수용하며 나아가야 하지만. 결론은 그 모든 것을 조합하더라도 나는 늘 내 마음이 가는 대로 선택해왔으며 또 그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지며 살아가는 것이 나다운 삶, 어른이 되어가는 삶이라는 것을 배웠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선택이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세상의 혹독한 바람을 맞는 불안의 시기를 줄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늘 확인받고 싶어 하고, 내가 신뢰하는 이들이 주는 어떤 정답을 원했던 것 같은데. 생각해보니 나의 느낌, 나의 생각, 나의 감정은 내가 가장 잘 아는 것인데 나의 인생의 선택을 타인에게 맞긴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도 조금씩 깨달아간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나 스스로가 잘하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 여기도 저기도 두려움 때문에 어느 것 하나 온전히 선택하는 게 그렇게 힘들다는 이야기. 

여전히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늘 나의 발목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지만 나는 늘 그 불안을 안고서도 어떤 선택을 해왔던 사람이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겠다. 좋아하는 일에 무모하게 도전했었고, 모험했었고, 해냈었고, 그 힘으로 여기까지 와서 또 모험을 하고 있고 누군가에게는 참 '재미있게 산다'는 말도 들을 만큼 재미를 좋아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재미가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것을 경험하든 저것을 경험하든 누군가는 경험할 수 없는 나만의 독특한 경험을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서른 하나, 아직 경력도 짧고 무엇인가 더 많은 것을 경험해봐야 한다는 생각에 도전을 했는데 내가 기대했던 바가 아니라면 그곳을 떠나는 것 또한 잠시 머물렀다 떠나는 하나의 여행이겠지. 인생이 여행이라면, 시간이 정해져 있는 여행이라면 '원하지 않는 목적지'에서 여행을 하겠다고 계속해서 머무르지는 않을 테니까. 


삶을 여행하듯 산다고 하면서 때때로 나에게 떠나고 싶을 때에도 '견뎌야 하고' '버텨야 한다'며 스스로를 다그치는 나에게 오늘도 이야기한다. 조금 더 나다워지고 싶어서 떠나는 것이라고. 그저 이유 없이 헤매는 것이 아니라고. 그러니 모험하듯 살자는 그 마음은 버리지 말자고. 이렇게 나라는 사람을 조금씩 알아가는 것이니까. 가장 중요한 나 자신에게 묻고. 나 자신이 그려가는 삶을 살아가길. 남들이 뭐라고 하든 '내가 제일 중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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