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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May 14. 2021

잘 노는 법

놀 때도확실히 놀아야 합니다만

놀 때는 확실히 놀고 쉴 때도 확실히 쉬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어느덧 백수 3개월 차로 접어드는 중. 중간에 한 달 정도 돈은 벌었지만 일이라는 것은 한 것이 없고 책만 읽었으니, 어쨌든 3개월 동안 나는 '놀았다'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다. 물론 마음은 온전히 쉬었던 날이 얼마 없었지만. 

고요한 제주의 아침. 창밖으로는 마당의 풍경이 보인다. 이름 모를 여러 꽃들과 푸른색 잎들, 그리고 흐린 하늘. 아무런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 함경면 조수리에 위치하고 있는 이 주택은 눈 뜨자마자 고요한 평안을 준다. 그래서 잠잠해지고 차분해진다고 할까. 

어제는 제주 곽지 해수욕장에서 4시간 정도 머무르며 푸른 하늘과 쨍쨍한 해가 비치는 에메랄드 색 마다를 바다를 마음껏 감상했다. 돗자리를 펴고 누운 채로 바다를 구경하기도 하고, 24도의 찌는 더위에 시원한 노래가 생각나 '다시 여기 바닷가'와 함께 cool 노래를 들으며 내적으로 아주 신이 난 채로 바다를 감상할 수 있었다. 그 순간의 즐거움, 혼자 여름을 미리 맞이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 풍경 앞에서 앞으로의 시간에 대해 걱정하고 염려하며 보내는 건 시간낭비라고. 분명 이 시간이, 이 순간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와 시간이 주어지는 이 시간이 정말 그리워질 거라고. 그러니, 지금과 여기에 집중해서 잘 놀자고.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해져서, 잠시라도 쉬어가면 뒤쳐질 것 같고, 도태될 것 같은 느낌. '벌써 5월이야, 벌써 6월이야'하며 시간이 가는 것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초조에 하며 동동거리는 나를 볼 때마다 '좀 제발 가만히 쉴 때는 쉬고, 살아야 하고 일 해야 할 때는 미친 듯이 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아침이 일어나서 아무런 계획이 없는 시간. 살면서 얼마나 될까. 지금이 바로 그 시간이지 않을까. 그러니까 마음 편히, 여유로이 누렸으면 좋겠다. 오늘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누구를 만나게 될지, 어떠 시간을 보내고 잠자리에 들게 될지 아무것도 모른다. 아무런 계획이 없다, 다만, 마음 편히 쉬어가고. '나에 대해서,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시간에 대해서' 조금 더 건강하게 고민하고 돌아보는 여유와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그 누구도 생각하지 않고, 오늘은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으로, 재충전하는 시간으로 만들고 싶다. 

오늘도 느리게, 천천히 걸어가 보자. 여유롭게 주변을 둘러보고. 분명 이 시간이 그리워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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