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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Jul 23. 2021

무더운 아침, 크리스마스 캐럴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정말 오랜 시간 기다리는 사람인 나는, 유튜브에서 Thanks for coming이라는 채널에서 만든 '한여름 밤의 크리스마스이브'라는 이름으로 만들어 놓은 플레이리스트를 발견하고는 이렇게 듣고 있다. 지구 반대편 어딘가에서는 여름이 크리스마스니 이끼, 어떤 기분일까 들어보는데 보사노바 풍의 캐럴이라 여름과도 참 잘 어울린다. 

크리스마스에 즐거운 기억이 많은 사람으로, 이 노래를 들으니 진한 추억들이 하나 둘 떠오른다. 추운 겨울의 찬 공기, 반짝이는 조명, 삼삼오오 모여 여는 소소한 파티, 그리고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이라면 아는 성탄절 행사의 따뜻한 분위기까지. 

지금은 크리스마스라고 해서 거리에 캐럴이 울려 퍼지지도 않고, 그저 일상과 다름없는 하루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그 시기가 되면 누군가와 연애를 하고 싶어 지고, 괜히 설레고 들뜨고. 괜히 멋있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싶고, 멋진 카페 가서 캐럴을 들으며 머물고 싶고. 그 기분을 느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 같다. 많은 것이 사라지고 무뎌지고, 감흥이 없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는 여전히 크리스마스였으면 좋겠다. 

올 겨울에도 코로나와 함께 지낼 것 같아서 크게 다를 바 없이 조용히 지나갈 것 같지만, 그래도 벌써부터 올 한 해의 끝에는 내가 어떤 기분으로, 누구와 함께 연말을 마무리하고 32살을 맞이하고 있을까 싶다. (소름) 그 어느 때와 달리 조금은 특별하고, 풍경이 많이 다른 서른한 살을 보내고 있는 지금. 그 끝 자라 락에서는 즐겁게 웃고 뛰놀고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멈춤의 시간을 갖고 돌아보기를 참 잘했다고, 그때 더 놀았어야 한다고, 그래도 지금 그때가 있어서 버틸 수 있다고 말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어느덧 7월도 끝자락, 곧 8월이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정직하게 흐르겠지. 흘러가는 이 시간들, 하고 싶은 일 하며 좋아하는 사람들과 종종 얼굴 보고 통화하고, 맛있는 음식 먹으면서, 걱정은 덜하고 즐겁게 살아가야지. 
그런 의미로, 오늘 또 한 명의 백수 언니가 집으로 놀러 온다. 이 더운 날 택시를 타고 와준다고 하니, 이 캐럴을 배경으로 맛있는 음식 먹고, 커피도 마시고, 빙수도 먹고, 이야기보따리를 한가득 풀어놓아야지. 

이 글을 읽는 모두의 하루가 시원하게 웃을 일 많은 하루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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