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대화
지난주 친한 언니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퇴사하기 전 직장에서 1년 간 해왔던 업무가 인터뷰였기도하고,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또 담아내는 일이 재미있었기 때문에 하나의 프로젝트처럼 진행해보려고 친한 지인들의 인터뷰를 진행해보기로 했다. 이번 기회로 멈춰있는 시간을 그저 멈춰있는 게 아니라 내 친구들의 삶의 이야기도 담아내고, 깊이 알아가면서 친구들에게도 자신들의 삶을 잠시 멈춰 서서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언니와 커피와 시원한 빙수를 앞에 두고 마주 앉아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저런 질문을 하다가,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실패가 있다면? 그 경험을 통해서 얻은 것이 있다면?'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하던 언니는 '실패의 경험이 없는 게 실패야, 내가 정말 후회하는 것 중에 하나가 있다면, 실패를 두려워했던 게 가장 큰 실패가 아닐까. 사실 사람들이 봤을 때 그럼 ‘성공은 했나?’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라 그냥 실패할 일을 아예 도전하지 않았던 것 같아'.라고 말하는 것 아닌가.
순간 멈칫했다. 그리고 실패를 해본 적이 없는 게 실패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도 알 것만 같았다. 왜냐면 내 삶에 결정적으로 무엇인가를 선택해야 했던 순간들에 확신이 없고 보이지 않는 길, 두려웠던 길을 걷는 것이 두려워 가지 않기로 선택하고 미루고 보류했던 시간들이 길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안에서 선택했고 최선의 선택들이라기보다는 차선을 선택했던 시간들이 종종 있었다. 그래서 오랜 시간 방황을 하기도 했고,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해 미련이 남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선택하지 않고 돌고 돌아 다시 멈춰 선 나를 자책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그 선택들이 모두 잘못된 선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언니도 나도 그런 시간들 속에서 또 경험한 것 깨닫고 느낀 것들이 있고 또 그 시간들 속에서 만난 이들과 소중한 여정을 함께 해왔기 때문이다. 그 시간들이 없었다면 또 생각해보고 경험하지 못했을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 시간들이 점처럼 내 앞으로의 시간에 어떤 모양으로든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것도 안다.
다만, 앞으로 새로운 길을 걸어갈 때에는 차선이 아닌 최선의 길을 선택해보고 싶다. 아니 그러고 싶다. 조금 더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들더라도 쉬운 길을 선택하기보다 조금은 불편하고 어려워도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완벽한 선택은 없고 무엇이 어려운 선택인지 쉬운 선택인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 어려움이라면 어려움이겠지만.
편안하고 지루하게 살기보다 조금은 도전적이고 무모한 시도일지라도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를 낼 줄 아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그 일을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것에도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아무쪼록 서로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던 인터뷰. 타인의 이야기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면서 또 이렇게 남도, 나도 알아간다. 놀더라도 의미 있게 놀아야지. 다음 주자를 찾아 떠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