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o Jul 29. 2021

실패한 적이 없는 게 내 실패야

어느 날의 대화

지난주 친한 언니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퇴사하기 전 직장에서 1년 간 해왔던 업무가 인터뷰였기도하고,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또 담아내는 일이 재미있었기 때문에 하나의 프로젝트처럼 진행해보려고 친한 지인들의 인터뷰를 진행해보기로 했다. 이번 기회로 멈춰있는 시간을 그저 멈춰있는 게 아니라 내 친구들의 삶의 이야기도 담아내고, 깊이 알아가면서 친구들에게도 자신들의 삶을 잠시 멈춰 서서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언니와 커피와 시원한 빙수를 앞에 두고 마주 앉아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저런 질문을 하다가, '잊을  없는 소중한 실패가 있다면 경험을 통해서 얻은 것이 있다면?'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하던 언니는 '실패의 경험이 없는 게 실패야, 내가 정말 후회하는 것 중에 하나가 있다면, 실패를 두려워했던 게 가장 큰 실패가 아닐까. 사실 사람들이 봤을 때 그럼 ‘성공은 했나?’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라 그냥 실패할 일을 아예 도전하지 않았던 것 같아'.라고 말하는 것 아닌가.

순간 멈칫했다. 그리고 실패를 해본 적이 없는 게 실패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도 알 것만 같았다. 왜냐면 내 삶에 결정적으로 무엇인가를 선택해야 했던 순간들에 확신이 없고 보이지 않는 길, 두려웠던 길을 걷는 것이 두려워 가지 않기로 선택하고 미루고 보류했던 시간들이 길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안에서 선택했고 최선의 선택들이라기보다는 차선을 선택했던 시간들이 종종 있었다. 그래서 오랜 시간 방황을 하기도 했고,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해 미련이 남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선택하지 않고 돌고 돌아 다시 멈춰 선 나를 자책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그 선택들이 모두 잘못된 선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언니도 나도 그런 시간들 속에서 또 경험한 것 깨닫고 느낀 것들이 있고 또 그 시간들 속에서 만난 이들과 소중한 여정을 함께 해왔기 때문이다. 그 시간들이 없었다면 또 생각해보고 경험하지 못했을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 시간들이 점처럼 내 앞으로의 시간에 어떤 모양으로든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것도 안다. 

다만, 앞으로 새로운 길을 걸어갈 때에는 차선이 아닌 최선의 길을 선택해보고 싶다. 아니 그러고 싶다. 조금 더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들더라도 쉬운 길을 선택하기보다 조금은 불편하고 어려워도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완벽한 선택은 없고 무엇이 어려운 선택인지 쉬운 선택인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 어려움이라면 어려움이겠지만. 

편안하고 지루하게 살기보다 조금은 도전적이고 무모한 시도일지라도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를 낼 줄 아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그 일을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것에도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아무쪼록 서로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던 인터뷰. 타인의 이야기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면서 또 이렇게 남도, 나도 알아간다. 놀더라도 의미 있게 놀아야지. 다음 주자를 찾아 떠나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무더운 아침, 크리스마스 캐럴과 함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