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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Aug 13. 2021

엄마와 함께한 우중산책

낭만적인 어느 날

매일 아침 일어나 엄마와 함께 산책을 한다. 산책보다는 사실 아침 운동에 가깝다. 1시간 40분가량 걸으니까 산책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겠다. 아침에 눈을 뜨니 하늘이 흐렸다. 게다가 월, 화, 수, 목까지 모두 아침 운동을 성공한 터라 마지막 금요일을 잘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과, 금요일이니까 '그냥 쉬자'하는 마음이 열심히 싸우고 있었다. 그런데 요즘 나는 '기분이 지지 말자'라는 하정우 님의 말을 늘 되새기는 중이라, '하기 싫고 귀찮은 기분'을 떨쳐내고 엄마와 함께 꾸역꾸역 운동길에 올랐다. 

사실 매일 가는 길이라, 그리고 이렇게 매일 건 지 어느새 일주일이 지난 터라 지겨울 법도 한데 매일매일 다른 풍경에 사실 지루하기보다는 나가서 걷고 오면 늘 뿌듯한 마음이다. '이렇게 맑고 푸른 하늘이 있다니!', '흐려도 나름 운치가 있네!' 하면서 열심히 걷는다. 

시원한 얼음을 가득 넣은 텀블러에 카누 커피를 타고 40분가량 되는 길을 걷는다. 그렇게 걷다 보면 '하루가 시작되었구나!' 하는 마음과 함께 오히려 정신이 좀 차려진다. 

오늘도 어느 날과 다름없이 시작한 아침 운동. 그런데 날이 흐려서 '비가 오려나'싶은 마음에 조마조마하면서 걸었는데, 목표지점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는 게 아닌가. 말 그대로 '우중 산책'이 되어버렸다. 

사실 엄마는 날씨가 흐린 날이면 늘 비가 왔으면 좋겠다고 했었다. 그냥 시원하게 한 번 확! 쏟아내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런데 오늘 마침내 그 소원이 이루어졌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천천히 걷던 엄마는 비가 오니 '속이 시원하다며' 세차게 내리는 비를 뚫고 맑은 날보다 더 힘차게 걸었다. 소녀스러운 엄마를 보았다. 엄마와 함께 하는 우중산책이라니, 뭔가 색다른 기분이었다. 그리고 5년 전 국토대장정을 할 때, 비가 엄청나게 쏟아져서 비를 맞고 걸었던 날도 생각났다.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낭만적이었고 인상 깊었다. 

비가 한동안 계속 왔고, 엄마와 나는 그 길을 30분가량 걸었다. 신기하게도 집 근처에 다 와가니 비가 그쳤고, 그렇게 우리는 집까지 무사히 돌아왔다. 모자와 신발, 옷까지 다 젖었지만 기분이 상쾌했다. 습습하기도 하고 축축하기도 하지만, 바람은 또 시원하게 부는 그런 날씨였다. 

집으로 돌아와 깨끗이 씻고, 배고픈 배를 달래려 엄마표 김치찌개 짜글이에 밥을 슥삭슥삭 비벼먹었다. 정말 꿀맛이었다. 운동 후에 먹은 것도, 내리는 비를 맞으며 산책한 것도, 함께하는 동행인이 엄마였던 것도 나에겐 잊지 못할 하나의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이제 서울에 돌아가면 또 언제 내려올지 모르고, 또 언제 이렇게 오래 머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곧 엄마의 방학도 끝이 나고 나도 이제 일을 하러 가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 같아서 이 시간이 더욱더 아쉽다. 

그래도 엄마의 방학이 끝나기 전까지는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야겠다. 내일은 등산을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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