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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Aug 26. 2021

마음 청소

기분이 하루를 잠식하지 않도록

나도 모르게 머리에 수많은 걱정들이 떠오를 때가 있다. 가만히 있다가 문득문득 떠오르는 어떤 걱정 리스트는 순식간에 나의 기분을 잡아먹는다. 그리고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지난날 이미 일어났던 일에 대한 후회들을 불러온다. 참 고질적인 습관이다. 

그래서 오늘은 34평짜리의 (내 기준에는 너무 크게 느껴지는) 집을 청소했다. 일어나자마자 이불을 개고 모든 방의 문을 다 열었다. 모처럼 비가 오지 않을 것 같은 맑고 푸른 하늘을 한 번 지긋이 바라봐주고 시원한 바람을 맞이했다. 그리고 방구석 구석을 다니며 눈에 보이는 거슬리는 쓰레기들을 모조리 정리하고, 흩어진 책 가지들을 한 곳에 꽂아두었다. 그리고 빨래 바구니에 가득 찬 빨래를 세탁기에 넣고 세제를 넣은 다음 향긋한 다우니 섬유유연제를 넣은 후, 함께 빨래 버튼을 꾹 눌렀다. 향긋한 옷으로 재탄생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리고 청소기를 꺼내 구석구석 내 마음을 청소하듯, 내 머릿속을 비워버리듯 깨끗이 청소했다. 그리고 어질러진 주방을 한번 물티슈로 깨끗이 닦은 후 밀린 설거지를 했다. 이렇게 한 바퀴 쭉-돌고 나니 땀을 찔찔 흘리는 게 아니라 '줄줄' 흘렀다. 그렇게 아주 개운하게 한바탕 청소를 하고 시원한 물 한 모금을 꿀꺽하고 지금 이 자리에 앉았다. 

부모님 모두 출근 후, 깨끗한 집에 홀로 남아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놓고 글쓰기까지 하고 나니 비로소 하루를 시작한다.

어느 날은 희망이 가득 차 보이다가, 어느 날은 아무런 이유 없이 가라앉을 때가 있다. 인생의 큰 숙제처럼 느껴지는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서는 더욱더 그렇게 흔들흔들하는 순간들이 생긴다. 

그럴 때마다 어떤 모양으로든 그 거짓된 기분에 지지 않으려 마음을 다시 잡는다. 자꾸만 현실로부터 도망가고 싶어, 그런 걱정과 생각들을 멈추고 싶어 유튜브와 예능들로 도망가고 싶은 나를 붙잡아 세운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분명 하루 끝에 후회가 남을 거라고. 그렇게 나의 하루를 거짓된 기분 때문에 망칠 수는 없다고. 정말 네가 원하는 삶이 이런 삶이냐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렇게 맑고 푸른 하늘을 눈앞에 두고서 걱정으로 하루를 시작하기에는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간절한 이 하루의 의미가 얼마나 헛된가. 

오늘 하루를 내가 '어떻게' 만드느냐는 나에게 달려있다. 만족스러운 하루를 위해 주어진 하루를 선물처럼 잘 쓰고 싶은 마음이다. 몸과 마음이 게을러지지 않도록, 다가오는 좋아하는 계절들을 마음껏 즐기기 위해서라도 몸과 마음을 바로 세워야겠다. 

개운한 하루가, 무해한 하루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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