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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Oct 16. 2021

변하지 않았으면 했는데

변해버리는 것 같아서 아쉬운 

10월 16일, 토요일. 지난주부터 이번 주말부터 본격적으로 쌀쌀한 가을이 시작될 거라는 소식을 들었고, 그 소식이 엄청 반가웠다. 어느 때보다 유난히도 길게 느껴진 올해의 여름이 빨리 지나갔으면 했기 때문이다. 5월부터 8월까지 제주와 양산에 머무르며 다행히도 지독했던 여름을 피해 갈 수 있어 다행이었지만, 9월부터 10월 초까지, 아니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24도, 25도를 번갈아가며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이 더위에 조금은 지친 참이었다. (여름도 좋아해 주고 싶은데, 미안하다 여름아.) 

그래서인가, 유난히도 이 선선함을 넘은 쌀쌀함이 너무 반가웠다. 7시쯤 눈을 떠 빨래를 돌리고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을 느끼고 '아, 드디어 왔구나'싶었다. 그리고 이번 주말엔 꼭 아지트로 가야지 하고서 다시 잠이 들었고, 눈을 떠보니 늦은 오전(?).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이렇게 저렇게 나와서 도착했다. 

2년 전에 비해 많아진 인기에 오후에 가면 사람이 많아서 빨리 나오고 싶으면 어떻게 하지 하며 도착했는데 다행히도 두 테이블만 있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두 테이블도 비어있었다. 야호. 

한 테이블은 창가 자리에 있는, 세명이 앉을 수 있는 원형 테이블이 있는 자리고 다른 하나는 그 옆에 있는 2인 테이블이 놓여있는 자리다. 원형 테이블이 있는 곳은 창가라서 잠시 잠깐 밖을 봐서 좋고, 테이블이 넓어서 글을 쓰고 책을 읽기에 편안한 자리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자리는 스피커가 바로 마주하고 있어 이곳의 음악과 분위기를 가장 잘 누릴 수 있는 자리다. 그리고 이 두 테이블에 앉아야 '콘센트'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입구로 들어가 물론 원형 테이블에 앉고 싶었지만 많아진 인기에 혼자 그 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기엔 좀 그래서 2인용 자리에 앉으려 했는데, 그 자리 옆에 강아지가 있었다. 강아지를 엄청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지만 팔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어 앉기가 조금은 부담스러웠다고 할까. 그럼 나의 초이스는 원형 테이블 밖에 없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죄송한데, 이 테이블에 앉아도 될까요?" 
"아 혹시 일행분이 따로 오시나요? 아니면 저희가 웬만하면 2인 테이블이..." 

속으로 생각했다. '아닌데..., 원래 안 그랬는데' 

"아, 바로 옆에 강아지가 있어서..."라고 하니 "아 그럼 그쪽에 앉으세요"라고 했지만, 사람이 많아지면 그 자리에 앉아있는 게 굉장히 불편할 것 같았고 이런저런 눈치 보며 마음 편히 누릴 수도 즐길 수도 없을 것 같아서 2인 테이블에 앉아 강아지의 눈빛을 느끼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처음에 이곳을 발견하고 생긴 지 얼마 안 됐을 때 근무하셨던 세분이 생각났다. 너무 자주 왔어서 서로 얼굴을 알았고,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한 3개월 만에 갔을 때에는 오랜만에 오셨다고 인사를 건넬 정도였으니. (사실 그 인사가 참 반가웠다.) 영혼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하이텐션의 인사보다 조용하고 담담하게 전하는 무뚝뚝한 다정함이 반가웠고, 늘 내가 원형 테이블을 탐내며 앉아도 되냐고 물어보면 "네, 당연하죠. 먼저 오셨잖아요. 앉고 싶으신데 편하게 앉으세요." 라며 건네었던 그 인사가 반가워서 이곳을 더욱더 오게 됐었던 것 같은데. 오늘은 그저 아쉬웠다. 이 공간을 진짜 좋아서 찾아온다는 것을 알고 크고 작은 배려를 느끼게 해 줬던 직원들이 그리울 뿐이었다. 생각해보니 공간과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찾아왔다고만 생각했는데 그런 직원들이 있어 또 편하게 찾아올 수 있었던 건가 싶기도 했다. 


이곳만큼은 변하지 않았으면 했는데, 이곳도 변하는 건가. 아니길 바란다. 물론 인기가 많아지고 사람이 많아지면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아니면, 이 직원이 아닌 이전의 그 직원들이었다면, 사장님이었다면 그냥 여전히 편하게 앉으시라고, 오랜만에 오셨다고 인사를 건네었을까. 팔에 멋진 타투를 하고, 사진도 종종 찍어주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던 직원들은 모두 어디 가셨나요-! 

이런 공간이 이 넓디넓은 서울 어딘가에 이런 멋진 공간이 어딘가에 있겠지만 굳이 찾아다니고 싶지 않다. 좋아했던 곳을 계속 좋아하고 싶다. 많은 이야기와 추억이 담긴 이곳에서 서울에 있는 한 오래도록 시간을 쌓고 싶은데. 아, 모르겠다. 상황과 환경에 따라 변화해야 하지만 그래도 변하지 않아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 부디... 너무 많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도 너무 많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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