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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Oct 16. 2021

내가 사랑한 가을

그리고 겨울

오늘 비로소 시원한 가을이, 아니 쌀쌀한 가을이 아주 갑작스레 찾아왔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가을이 왔다. 아침에 가을 아침을 틀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의 쌀쌀함이 드디어, 찾아왔다. 

언제부터 가을을 좋아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가을을 좋아하게 됐고 가을을 기다린다. 친구들도 가을하면 내가 생각날 정도라고 하니 말 다했지 뭐. 생각해보면 유난이도 좋은 기억과 추억들이 많아서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렸을 때 캠퍼스에서 단풍을 걸었던 기억, 교회에서 크리스마스 행사를 준비하며 가을부터 캐럴을 들었던 기억,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갔던 기억까지. 가을에 아름다운 추억들이 많아서 그런가 보다. 

괜스레 외로움을 느끼기도 한 계절인데 그런 추억을 곱씹다 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내 삶이 그렇게 외로운 삶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삶의 시절마다 좋은 추억을 만들어준 사람들의 안부를 잠시 잠깐 궁금해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훈훈해진다. 

무엇보다 가을 하면 듣고 싶은 플레이스트들이 많아서 그런 멜랑꼴리한 감정은 더 증폭된다. 브아솔, 김동률, 성시경, 박효신, 토이, 정승환, 권진아, 마이클 부블레, 머라이어 캐리, 그리고 수많은 재즈 앨범 등등. 가을 겨울 하면 생각나고 듣고 싶어지는 앨범이 많아서 그 노래들과 함께 나의 가을은 더욱더 깊게 새겨진다. 

올해는 함께 하는 시간만큼이나 혼자 하는 시간을 많이 보내는 중이다. 혼자이고 싶지 않기도 하다가도 격렬하게 혼자이고 싶은 요즘, 퇴근하면 칼퇴하고 집에 와서 좋아하는 프로나 책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혼자 일 때가 가장 안전하고 편안하다는 느낌이 드는 나의 서른 하나. 그냥 그런 시기인가 보다. 

가을, 가을. 봄과 가을은 사라지고 여름과 겨울이 길어진다는 예측처럼 정말 그럴 것 같아서 슬프고, 오늘도 가을보다는 초겨울에 가까운 날씨지만 아직 단풍도 지지 않았으니...너무 빨리 겨울을 맞이하고 싶지는 않다.가을을 조금 더 천천히 누리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좋아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면서 그렇게 따뜻하게 보내고 싶다. 나의 공간에서 홀로, 많은 사람들과 함께 따뜻한 온기를 되새기며 그렇게 잘 보내고 싶다. 

그리고 또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할 마음의 준비가 되었을 때 편안히 나눌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괜스레 감수성이 풍부해지는 계절 가을. 메마리고 냉소적인 마음은 뒤로 하고 따뜻한 온기를 유지하는 계절이 되길 바라며, 이제 카페를 떠나 집으로 들어가야겠다. 너무 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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