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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Nov 20. 2021

누구와 함께 일하고 있어요?

바쁜 한주가 지나갔다. 회사에서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는 과정에 있어 정말 모두가 하나같이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제품에 옷을 하나 입히는 것, 그리고 그렇게 수많은 결정과 고민 끝에 나온 결과물을 누군가에게 설득하고 고객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 얼마나 많은 열정과 에너지가 들어가야 하는지. 소비자의 입장에만 있다가 생산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니 정말 무엇 하나 쉽게 판단하고 버릴 것이 없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나는 그 과정에 아주 일부를 도맡아 돕고 있는데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다. 일주일에 야근을 3일이나 하고(나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일이 많은 회사라는 것을 알고 왔지만 정말 일이 많다. 그래서 이 브랜드 론칭을 하는 것 이외에도 외주 작업도 이루어지고 있고, 또 그 외주작업을 하는 PD를 서포트하는 일까지 하고 있어서 정말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른 채로 일을 쳐내다가 돌아온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요즘 이런 바쁘고 정신없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데 하나도 정신적으로 '피곤'하거나 '피폐'하지 않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일이 많은 건 많은 거고, 함께 하는 사람들이 모두 열정에 불타올라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느라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일을 혼자서 다 하는 게 아니라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에 함께 있는듯한 느낌을 받아서인지. 누군가의 일도 작게 여겨지지 않는 이곳의 분위기와 마인드가 나에게 긍정적인 시너지를 주는 것 같다.

'잡일'이라고 해야 하나.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제품 포장을 하고, 택배를 싸고. 회사를 함께 청소하고 설거지를 하며 정리를 하고. 외부에 심부름도 가야 하고, 여기저기 불려 다녀야 하고. 뭔가 이런 일들을 '잡일'이라고 작게 여겼던 날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곳은 그 잡일을 하는 한 사람 한 사람도 회사에 아주 필요한 일이고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어서 내가 하는 일을 결코 잡일이라고 느끼지 않게 해 준다. 그게 나를 움직이게 하는, 더 잘하고 싶게 만드는 원동력이 아닌가 생각된다.

모두가 한 부분으로써 기여하는 것, 그래서 조직이 이루어져 가고 만들어져 가는 것. 서로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도움에 반응하고. 누군가의 실수에 따끔한 피드백도 잠시, 다시 보듬어줄 줄 아는 이들과 함께하면서 마음이 충만해지는 순간들을 경험하니 정말 이런 회사도 있긴 하구나 싶었다. 조직은 사람이 만들고, 결국에는 사람이 중요한 것인데. 누구 하나 잔머리 굴리지 않고 자기 일을 하느라 열심인 사람들을 보니, 그리고 그런 직원들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하는 팀장님과 대표님을 보니 에너지가 없으래야 없을 수가 없다.

물론 아직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열정을 다 따라잡지 못하고 있고, 나무만 보느라 숲을 보지 못하고 있지만 그런 내게 대표님이 해주신 말. "처음부터 숲을 보려면 하면 당연히 안돼요. 나무를 하나하나 볼 줄 알아야 또 숲이 보이는 법이에요."

그래서 생각했다. 주어진 일을 하나하나 쳐내느라 정신없이 지나왔지만 그 쳐낸 일들이 그저 흩어져버리는 일이 아니라 어떻게 어디로 어떤 부분에 속해 있는지를 잘 정리해가면서,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생각하고 고민하며 결단해야 하는 이 모든 과정을 서른 하나인 지금에서야 배워가는 중이라는 것을.

문득 떠오른 이번 주의 장면들.

큰 실수로 인해 사수에게 피드백을 들었던 점, 그리고 그 피드백 뒤에 돌아온 따뜻한 격려, 바빴던 한주에 넋이 나간 나에게 퇴근 후 오늘도 고생했다며 전화해준 사수, 그리고 월요일에는 출장이니 그 시간 동안 잘 부탁한다는 말들까지.  

하나 둘 기억에 남는 장면을 떠올리니 또다시 마음에 온기가 느껴진다. 놀라운 것은 사수가 나와 동갑인데 인생 선배와 같이 느껴진다. 그간 어떤 삶을 살았을지, 어떤 마음으로 일을 하고 있는지가 궁금해질 정도다. 일을 잘한다고 한다면 단순히 일을 잘하는 것을 넘어 함께하는 사람들을 돌아보고 챙길 줄 아는 것까지 포함된다고 생각하는데... 나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수를 만난 것이 나에게는 큰 행운이 아닌가 싶다. 나중에 언젠가 마무리를 하고 나오게 될때 맛있는 밥과 함께 감사의 말을 꼭 전하고 나오고 싶다. 일 자체는 배워야 할 부분이 많은 새로운 일들으 연속에, 크게 흥미가 가지 않은 일들도 있는데 이런 동료들과 함께 하다 보니 이유를 불문하고 맡은 일을 더 잘하고 싶어 진다. 함께하는 사람의 힘이 크다는 생각과 함께. 한주의 기억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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