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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May 09. 2022

우리들의 블루스, 나의 블루스

노희경 작가님의 작품들을 좋아한다. 괜찮아 사랑이야, 디어 마이 프렌즈, 라이브, 그들이 사는 세상, 그리고 지금 방영하고 있는 우리들의 블루스까지. 누군가는 너무나 현실적인 내용과, 적나라한 장면과 대사들 때문에 '너무 현실적이라서', '딥하고 가끔은 우울하기도 해서'보는 게 힘들다고 하지만, 나는 그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 냄새'나는 작가님의 대사와 서사가 너무 좋았다.  

우리들의 블루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유명 배우들이 나와서 시작부터 관심을 가지고 본 것도 있지만 보다 보면 내 주위에서는 쉬이 접할 수 없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들, 고등학생의 혼전임신 내용이나, 심각한 우울증을 겪는 사연, 자식의 꿈인지 부모의 꿈인지 모를 꿈을 이루게 하겠다고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러 다니는 아버지의 모습을 담은 내용 등이 담겨있다. 그리고 생각했다. '사연 없는 사람 없구나', '사람 사는 일이 다 비슷하구나', '누구든 다 말 못 할 사연들이 있구나', '내 주변에도 어쩌면 있을 수 있는 일이겠다'라고.


그런데 특히나 작가님의 드라마가 좋은 이유는 그 모든 사연을 어떻게 슈퍼맨처럼 극복하거나, 모든 것을 스스로 이겨내지 않는다. 누군가는 실패하기도, 누군가는 포기하기도, 현실을 받아들이기도, 누군가는 마음을 접기도 하면서 그냥 흘러가듯이 두거나, 때로는 누군가에게 기대어 버티어 살아가는 모습을 담는다. 혼자인 사람도 함께가 되어있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절대 누군가를 외롭게 두지 않는다. 어쨌든 친구가 되고, 이웃이 된다. 


그렇게 작가님의 드라마를 보다 보면 나의 부모님이, 친구들이, 스스로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감정이 크게 이입이 된다. 엄마, 아빠의 마음이 저랬겠구나, 내 친구들도 저런 고민을 하겠구나, 저건 나의 모습이구나 하면서 누군가에게 말 못 할 고민들과 생각을 작가님이 듣고 위로해주는 듯한 장면들이 많이 있다. 딱 하나 꼽아서 생각나지는 않지만 가만히 보고 있다가 무심코 뱉은 대사가 마음을 울릴 때가 많았다. 


모두 각자의 블루스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사연 없는 사람 없다고 모든 누군가에게 말 못 할 고민들 하나씩 즈음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고, 그러니 쉽게 누군가를 위로하려 들지 않아야겠다 싶기도 하고. 그 모든 사연들을 가지고서도 내 앞에 주어진 일을 해나가고, 옆에 있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는 모두의 삶이 그 자체로 소중하고 특별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아무튼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나는 이런 사람 사는 드라마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개개인의 삶이 중요해지는 이 시대에서 그래도 '우리'를 잃어버리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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