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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May 16. 2022

'꾸준하고 멋진 모습이길 바랄게'

5월 15일, 스승의 날이자 나의 생일이었던 어제. 14일인 생일 전날 밤부터 어제 새벽 12시까지 친구들로부터 생일 축하 메시지를 받으며, 사랑하는 이들의 축하 속에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월요일 아침, 느지막이 일어나 집 앞 스타벅스로 나오던 길에, 날씨가 너무 좋아 푸르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사진을 찍고 있는데, 문득 늦은 밤 친구가 보낸 메시지가 내용이 떠올랐다. 태어난 지 갓 한 달 정도 된 아이를 먹이고 재운 후 늦은 새벽에 하루를 마무리하고 시간을 내어 필름 카메라와 함께 축하 메시지를 보내주었는데, '서른둘에도 꾸준하고 멋진 모습이길 바랄게'라는 내용이 있었다. 


누군가가 내가 살아온 길을 그렇게 바라봐준다는 것이 참 고마웠다. 열두 살부터 알았던 친구가 지금 어느덧 서른둘. 20년의 세월 동안 나의 삶을 지켜본 친구가, 무엇보다 내가 참 멋지고 바람직한 삶을 살고 있다고, 본받고 싶다고 생각하는 친구가(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껄껄, 나는 나니까) 그렇게 응원해주니,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은 마음이 불끈 들었다. 그 말에 어떠한 거짓됨과 보탬이 없도록. 


생각해보면 나는 항상 어느 정도 '잘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사는 것만 같다. 그 잘되어야 한다는 것은 '나의 업으로 인정받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은 누군가의 눈에 비치는 것처럼, 내가 스스로 만족스럽게 잘 살아가고 있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생각이 누군가의 나를 향한 긍정적인 시선과 태도를 받아들이는 것에 있어 방해물이 된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그런 응원의 메시지를 받으면, '고마워!'라고 말을 하면서도, '내가 그렇다고?' 하는 의심의 물음부터 들었는데. 이제는 그런 자잘한 생각의 자세와 습관부터 없애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가지고 있는 스스로에 대한 기준을 조금 낮추고, 내가 이룬 성취와 성과에 대해 인정하고 칭찬해주면서, 부족한 부분은 앞으로 채워가자고. 그래서 스스로 만족할만한 성과를 이루어가며 살아가자고 생각했다. 


생일을 지내기 몇 주 전, 누군가가 읽고 내 마음을 두드린 책 내용이 있었다. '내 존재에 대해 내가 가장 축하하겠다!'라고 외치던 누군가의 다짐이 담긴 내용이었는데, 그 책의 내용이 유난이도 와닿았던 이유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재가 태어남을 소중히 여기는 만큼이나 내가 나 자신의 탄생과 존재함을 축하하고 응원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잘 몰라서, 늘 나를 낮추고, 누군가의 비위(?) 또는 기대를 맞춰가기도 했었고. 때로는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관계를 끊어내기도 하면서 참 이기적으로 살기도 했었는데. 나의 좋은 모습과 그렇지 않은 모습도 너그럽게 품어줄 수 있는, 그리고 건강한 삶이 어떤 것인지 아는 만큼 삶으로 실천하면서 나를 가꾸어가야겠다는 다짐을 또 한 번 하게 되었다.  


내 존재의 가치와 이유를 다른 것에서, 남들의 인청과 칭찬, 세상의 성공 기준과 누군가가 정해준 기대를 맞추어 사는 것에 기대어서 찾지 않고. 나의 행복의 기준과 성공의 기준에 맞추어 자족하며 살고, 옆에 함께 하는 이들과 부대끼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다. 


내년의 생일에는 또 누구의 축하 속에 살아가고 있을지 모르겠다. 다만, 늘 헤어지고 이어지는 만남들 속에서 변하지 않는 만남들이 있는데, 내년에도 함께 걸어가고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나 자신이 조금 더 나다워져서 지금보다는 더욱더 나아진 모습이길, 웃으며 살아가고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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