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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May 17. 2022

초록을 거머쥔 우리는

엄마와 걷는 함께 걷는 길 위에서 


좋아하는 5월에 딱 어울리는 노래가 나왔다. 바로 잔나비 소곡집에 담긴 '초록을 거머쥔 우리는'이라는 노래다. 어제와 오늘 꽂혀있는 노래인데, 오늘의 날씨와 '딱'맞는 노래였다. 잠시 잠깐 서울을 잠시 떠나 고향에 머무를 때면 늘 엄마와 함께 집 앞 산책로를 걷는다. 왕복 2시간에 중간에 잠시 카페에 들어가 엄마가 좋아하는 블루베리 스무디를 한잔 먹는 시간까지 하면 2시간 30분 정도 되는 시간을 함께 보낸다. 


몇 년 전부터 이 길을 엄마와 함께 걷는 시간을 가졌다. 엄마와 단둘이 데이트를(?)하는 어쩌면 유일한 시간이기도 하다. 일을 쉬고 있는 엄마의 하루가 매우 길 것 같기도 해서 볕을 보고 환기를 시켜주고 싶기도 하고, 할 내가 걷기를 좋아하기도 하고, 서로의 건강을 위해서 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날씨가 좋은 요즘, 하늘이 준 선물과 같은 이런 푸르른 날씨에 집에만 있기에는 이 날씨를 그냥 흘려보내기가 너무 아깝끼도 해서 이 아름다운 것들을 눈에 담으려 나선다. 


오늘은 카메라를 들고 걸었다. 조금 무겁기도 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이름 모를 나무의 색을 오롯이 담고, 푸르고 높은 산과 맑은 하늘을 정성스레 담고 싶었다. 다 망가진 나의 휴대폰으로는 이 산뜻한 5월의 풍경과 분위기가 잘 표현되지가 않아서 늘 아쉬웠다. 그리고 매일 가는 익숙한 길도 구석구석 보면 또 달리 보이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그리고 다녀오니 참 잘했다 싶었다. 무작정 카메라를 들고 나선 길 위에서 잔나비의 노래를 틀고서 걷는 길이 확실히 색달라 보였다. 


다시 오지 않을 이 시간이다. 언제나 그렇지만 지금은 지금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 내 옆에 함께 걷고 있는 엄마와 보내는 시간은 지금뿐이다. 아름다운 풍경을 눈앞에 두고서 머리 위를 둥둥 떠다니는 여러 다른 생각을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지금은 지금에서야 할 수 있는 것들을 하자. 오늘도 소소한 행복을 주웠다. 10년 뒤, 회사 밖에서 자유롭게 일하는 영혼이고 싶다. 이런 아름다운 것들을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도록.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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