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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May 21. 2022

누군가 알아봐 주지 않더라도

오늘도 역시나 집 앞 카페로 향했다. 아침에 일어나 오전 시간에는 해야 할 일을 하고 저녁에는 각종 예능과, 드라마를 챙겨봐야 하기 때문에 오전에는 나의 할 일을 하고, 오후에는 엄마와의 운동을 마무리해야 한다. 


그래서 간단하게 따뜻한 곰탕에 밥을 말아 간단히 먹고 맥북과 카메라를 들고 집을 나섰다. 맥북과 카메라 용량 정리와 함께 사진을 정리해야 해서 오랜만에 들고 나왔는데,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길가에 펴있는 꽃들이 '뭐라도 찍어볼까'하는 마음과 함께 보이지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분명 그냥 걸을 때는 눈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던 작은 꽃들인 데다가 걸을 때 주로 땅을 바라보며 걷지 않기 때문에 한 번도 바라봐준 적이 없었는데 좀 담아볼까 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흙밭의 곳곳에 아주 듬성듬성 5월의 느낌을 내주고 있었다. 


 


꽃을 보니 나태주 시인의 시의 구절이 떠올랐다.'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이 문장이 함께 떠오르며 처음으로 가까이에서 꽃의 모습들을 바라보았다. 함께 모여있을 때 보이지 않았던 매력이 보였다고나 할까. 하나둘 바라보니 생김새도 다 다르고 특히나 장미 같은 경우에는 정말 색이 고왔다. 보고 있으니 '우와'하는 소리가 그냥 나온다고 할까. 하하. 사실 나는 최근 몇 년 전까지도 꽃에 크게 흥미나 관심이 없어서 주는 것도, 받는 것도 낯설고 어색했었는데 정말 나이가 들어가는 건지 (서른둘밖에 안됐어요ㅠㅠ) 길가의 이런 꽃들이 참 형형색색 아름다워 보였다. 


그리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바라봐주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핀 곳에서 그냥 존재하고 있으면 오늘처럼 누군가에게 발견될 수도 있고, 그저 존재 자체로 소소한 기쁨을 주고 있다는 것. 오늘 나에게 새로운 풍경과 소소한 행복을 가져다준 것처럼 말이다. 그냥 꽃이라는 이유로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것인데, 생각해보면 서로의 가치를 재거나 따지거나 낮추거나 올리거나 하지 않아도 되는 자연의 삶이 부럽기도 하다(?). 


예전에 나의 멘토님이 하신 말씀이 문득 떠오른다. '존재의 가치를 올리려고 하지 말고 이미 가치 있는 존재이니 그 가치를 누리도록 하라'라는 말씀이었다. 그러니까 말이다. 그냥 피어있다는 이유로 충분히 가치 있는 꽃처럼, 우리도 존재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데... 자꾸만 그 사실을 잊고 나의 쓸모와 가치를 남과 비교하고, 또 나의 능력과 실력을 증명하고 인정받기 위해 애쓰며 살아가는 모습을 나에서 본다. 그저 존재하는 연습, 나를 나로서 먼저 들여다봐주고 사랑하는 연습이 먼저인데 말이다. 그래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경쟁자가 아닌 소중한 가치를 지닌 귀한 사람으로 봐줄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길가다 마주한 꽃 덕분에 토요일 점심, 나의 흐트러진 마음과 생각을 이렇게 들여다볼 수 있어서 감사하다. '그냥 꽃이 예뻤다'라고 끝낼 수도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그렇게 끝날게 아니었나 보다. 어쨌든 내 주변 일상의 아름다움을 잘 발견하고, 그 가치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기를, 꽃과 같이 내 자리를 지키며 나로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5월의 오늘을 잘 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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