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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May 27. 2022

나의 해방일지

요즘 나의 해방일지에 대한 관심이 아주 뜨겁다. 그리고 나도 그 뜨거움에 한몫을 하고 있다. 사실 몇 주 전만 해도 넷플릭스에서, 티빙에서 단 한 번도 재생 버튼을 누르지 않았었다. 왜냐하면 포스터의 분위기가 왠지 모르게 처연해 보이기도 하고, 어쩌다 보게 된 장면에서 처음 들어보는 '나를 추앙해'라는 염미정의 대사를 듣고 '대체 이게 뭔 소리야...?' 하는 물음표가 떴다. 괜히 심오한 것 같고, 왠지 모르게 삶이 불행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놓은 느낌이 가득했다. 사람 냄새나는 드라마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보고 나면 가라앉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 고요하고 잔잔한 분위기의 드라마에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나의 아저씨'드라마 작가가 대본을 썼다는 이야기를 듣고 봐야겠다 싶었다. '저렇게 사람들이 호응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겠지'하는 하면서 하나 둘 보기 시작했다. 문득 처음 나의 아저씨를 보고 세 번 정도 보다가 포기를 했던 것을 떠올려보면, 그러다 마지막 도전에 5회, 10회, 15회를 넘어 마지막 회까지 달린 후에 다시 보기도 했었던 것을 떠올려보면 이 드라마도 분명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작가에 대한 신뢰로 정주행을 시작한 것도 있다.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2회를 앞두고 있는 지금 나의 해방 일지를 보면서 남들이 느끼는 것처럼 대단한 삶의 의미를 발견한다거나 엄청난 위로를 받는다거나라기 보다는, 드라마의 분위기처럼 '잔잔하고 고요하게' 위로가 느껴진다. 대사 한마디 한마디를 듣고 있으면 누군가에게 내가 해줬으면 좋겠다는 대사가 문득 나올 때도 있고, 가족 구성원 한 사람의 한 사람의 입장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계기가 있기도 하고. 기록을 하지 않아 자세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분명 순간 멈칫멈칫하는 부분이 있었다는 건 사실이다. 


사실 내가 가장 깊이 공감되었던 인물은 배우 염창희, 배우 이민기의 역할이다. 왠지 모르게 짠하고 이 시대 청년들의 현실적인 모습인 것 같아서 왠지 모르게 더욱더 공감이 되었다고나 해야 할까. 수많은 고민 끝에 퇴사를 하고 나서 아버지의 이해를 바라는 모습, '수고했다'라는 말 한마디 듣고 싶어 했던 창희의 모습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누구나가 다 각자의 결정에 대해 수많은 고민이 있고, 그 고민 끝에 선택이라면 누구에게라도 응원받고 싶을 테니까. 왜 그 말에 유난히 공감이 되었던 걸까. 지금 내가 취준생이라서 그런 걸까? 크크 아니면 내가 누군가로부터 듣고 싶었던 말이었기 때문에 그런 걸까. 나는 '염기정과 구씨'의 사랑 이야기보다 그 개개인의 스토리를 풀어내는 게 더 좋았다. 결말이 어떻게 날지 모르겠지만 어떻게 나도 괜찮을 것 같다. 하나라도 얻은 게 있으니 그걸로 되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드라마의 제목을 보면서 생각했다. '나는 도대체 어디서 해방감을 느낄까?' 하는 생각. 그리고 문득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진 바다가 떠올랐다. 그냥 가만히 바라보고 앉아있으면 느껴지는 해방감. 그 어느 것으로부터도 매여있지 않는 기분, 세차게 치는 바다와 흐르는 물결. 시원한 바닷소리. 이 모든 것들은 순간 나의 모든 생각과 그때의 기분까지 모두 가지고 간다. 그리고 잠시 pause 상태로 가만히 나를 내버려 두게 된다. 


누구나 하나쯤 이런 곳을 만드는 게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해방감을 느낄 수 있는 곳 하나쯤은 있어야 그게 사람이든, 물건이든 장소이든. 하나쯤은 있어야 또 삶을 살아가는데 지탱해주는 힘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오늘 나는 분명 이력서를 쓰려고 맥북을 들고 나왔는데 굉장히 잘못 찾아온 것 같다. (알고 있었던 거 아니야?) 해방감을 느끼는 곳에 와버려서 그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않고 싶다는 마음을 붙들고 또 무엇인가를 써 내려가야 한다. 오늘 쓰는 글, 분위기와 참 안 어울리는 행위다. 그래도 잠시나마 이 해방감을 느꼈으니 다시 또 나의 해야 할 일을 해야 하겠지! 


곧 주말, 나의 해방 일지 하는 날! 어서 온세요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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