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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Jun 15. 2022

자기 스스로에게 기대를 거는 것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게 어느덧 3년이 되어간다. 물론, 처음에 브런치를 알게 되어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플랫폼이 글쓰기에 좋아 보였고 블로그보다는 더 '작가'로서 활동을 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안에 깊숙이 쌓여있는 생각과 마음을 여과 없이 꺼내보기에 모니터에 펼쳐진 백지 화면만큼이나 적당하고 알맞은 곳이 없었기에, 그렇게 나는 하나 둘 글을 쓰기 시작했다. (손으로 쓰는 일기도 좋아하지만, 손가락이 아파서 많은 말을 써 내려갈 수 없... 다.) 그리고 무엇보다 브런치는 익명으로 활동할 수 있는 곳이기에 글을 쓰기에 더욱더 마음이 편하다. 아마 내가 아는 지인들이 브런치를 구독해서 읽는다고 한다면 아마도 나는 지금만큼이나 솔직한 글을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이게 나의 유일한 글쓰기의 함정이자 아직 극복하지 못한 두려움이기도 하다), 어찌 되었든 지금은 그 나의 계정을 홍보를 하지도 않고 누군가 구독을 하라고 널리 널리 알리지 않고 있기 때문에 여과 없이 글을 내 생각을 표현할 수 있어서 좋다. 


취준생으로 살아가면서 어디론가 출근을 하지 않아도 꼭 아침 9시에 스타벅스에 오는데, 오자마자 이렇게 글을 쓰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하루를 대하는 나의 마음가짐을 담기도 하고, 전날 있었던 일에 대한 기록을 하기도 하고,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고여있는 생각과 마음을 다 토해내고, 때마다 느끼는 것들을 써 내려간다. 다른 사람들을 위한 행위가 아니라 오롯이 나를 위한 하나의 리추얼이라고 하면 될 것 같다. 


그런데 분명 나홀로 시작한 나를 위한 리추얼이었는데, 그렇게 쓰다 보니 조금씩 글을 쓰는 재미가 식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누가 보라고 시작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구독자가 많은데 나는 왜 늘어나지 않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글이 아닌 걸까? 그럼 왜 자꾸 나는 쓰는 걸까? 하는 생각이 따라왔다. 애초에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목적이 그게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또 욕심이 났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 문득 글 쓰는 사람의 인터뷰를 보다가 그녀의 말이 나에게 다시금 첫 마음을 떠올리게 해 주었고, 이 글을 쓰게 만들었다. 


'글을 정말 쓰고자 하는 사람은, 구독자가 한 사람이든 두 사람이든 상관없이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냥 쓰면 된다.'라는 말.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자기 자신에게 기대를 걸고 책임감을 가지고 글을 써 내려가라는 말이었다. 


맞다. 최근 아침마다 글을 쓰면서 애초에 남들이 보라고 시작한 글이 아니었음에도 얼마간 제자리인 구독자 수를 보면서 '내 글이 별로인가?' '매일 똑같은 이야기만 하나?' 하는 고민이 들었는데. 그래서 아주 며칠이지만 쓰기를 멈췄었는데 (솔직히 말해 요즘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라 마땅히 쓸 글감도 없었기도 하다), 오늘 아침에 우연히 보게 된 인터뷰를 통해서 다시금 마음을 다 잡게 되었다. 누군가를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 글을 쓰는 것이었다고. 애초에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도 바로 그거라고. 누군가를 위해가 아니라 나를 위해. 그리고 그게 누군가에게 유익이 된다면 더 좋은 것이고 아니면 말고인 것이다. 


어제도, 누군가로부터 '너의 가능성을 작게 여기지 마!'라는 응원의 말을 들었다. 지금 나에게 필요했던 말이었는데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로부터의 응원이었지만 나의 고민에 반응해준 그분의 응원이 스스로 작게 여기는 마음을 뒤로하고 다시 나의 하루를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글을 쓰는 것, 화면 앞에 앉아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일이 즐겁다. 그리고 앞으로도 나의 인생을 기록하기 위해서라도 계속해서 글을 써 내려가고 싶다. 그리고 언제가 내 삶의 스토리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면, 그때는 이 계정을 열어 보일 수 있지 않을까. 가장 솔직한 나의 생각과 마음이 담긴 이곳을 말이다. 나를 살아있게 만들고, 숨 쉬게 만들고, 삶을 더욱더 적극적으로 살고 싶게 만드는 글쓰기라는 행위를 계속 지속할 수 있도록 좋은 플랫폼을 만들어준 브런치와, 계속해서 두드리고 싶게 만드는 맥북 키보드에게 너무 고맙다(?).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나이가 들어서도 내 삶을 성실히 기록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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