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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버른 스쿨링 Week1 모르겠고 운전이 어려워

by 수연

아이와 함께 6박 7일의 디즈니 같은 환상적인 시드니 여행을 끝나고, 멜버른 스쿨링을 위해 비행기 타고 멜버른으로 향했다.


멜버른행 비행기는 새벽 6시 출발이라 리셉션 직원에게 새벽 3시 50분 택시를 예약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른 새벽부터 이동하느라 피로가 극에 달했고, 그래서인지 시드니 공항에서 마신 오트 카푸치노 한 잔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아마도 시드니에서 유명하다고 알려진 3대 카페에서 마신 커피보다 훨씬 풍미가 깊고 좋았다. (그 이유는 에필로그에서 밝히겠다.)




도착하자마자 차 운전을 해야 돼


호주는 우리나라와 반대 방향인 좌측통행 국가다. 그래서 출국 전부터 '운전 요까이'님의 유튜브를 보며 공부했고, 한국에서 10년 무사고 운전을 했기에 호주에서 운전을 잘 할 수 있을거라 착각을 했다.


'다 사람 사는 곳인데 나도 충분히 할 수 있겠지.'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첫 번째 미션은 아이의 교복과 도시락통을 사는 것이다. 렌터카의 에어비앤비라는 불리는 Turo 앱을 통해서 피칸토(기아 모닝)를 빌렸고, 차주인이 직접 10시에 집 앞까지 차를 가져다 주었다.


내비게이션에 교복 테일러샵 주소를 입력하고 출발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무슨 정신으로 그곳까지 갔는지 모르겠다.


운전이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아마 고속도로였던 것 같다. 100km를 달려야 할 곳에서 나는 40km를 달렸던 것 같다.


그래서였을까? 곧이어 뒤따라오던 트럭 운전자가 창문을 내리고 나에게 소리를 질렀다. 당황스러웠지만, 영어로 소리쳤기에 그가 무슨 욕을 했는지 나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 순간,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고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이건 단순한 연습이 아니라 실전이었다. 사고라도 나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 같았다. 그리고 내가 너무 무모했다는 것을 직감했다.



"나.. 조금만 울게.."


인사이드 아웃의 불안이가 나의 감정본부를 지휘하고 있었다. 더 이상 운전을 계속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낯선 땅에서 의지할 사람은 오직 나뿐인 아이 앞에서 겁에 질린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결국 아이 앞에서 "엄마, 잠깐만 울어도 될까?"라고 말하고 길가에 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그야말로 통곡이었다. 누가 보면 나라를 잃어버린 줄 알았을 거다.


내가 우는 동안 아이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멧돼지 = 운전


운전석에 앉는 순간, 내 심장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마치 멧돼지를 마주한 원시인이 된 것처럼.


고대의 호모 사피엔스에게 멧돼지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생존의 시험이자, 목숨을 건 결투 상대였다. 우리 조상들의 뇌는 이런 위협적인 상황에서 단 두 가지 선택지만을 남겨두었다—싸우거나 도망치거나. 극도의 긴장 상태에서 심장은 터질 듯 뛰었고, 혈액은 즉시 다리 근육으로 몰려 도망칠 준비를 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나의 뇌도 같은 방식으로 반응하고 있었다. 문제는, 내 앞에 있는 게 진짜 멧돼지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핸들을 쥔 손은 덜덜 떨렸고, 액셀을 밟으려는 발은 힘을 주지 못했다. 도로 위를 달리는 수많은 차들이 마치 나를 향해 돌진하는 포식자처럼 느껴졌다.


본능이 도망치라고 소리쳤다.


운전 연수 100분, 100달러


나에게는 고작 10주라는 시간만 있을 뿐, 그렇다고 여기서 마냥 울고 있을 수 없었다. 네이버 카페와 블로그를 검색하며 멜버른 운전 연수를 알아봤다.


100분에 100불이라니, 난 멜버른에서 돈 먹는 하마구로만!


makes your dreams come true, 내가 원하는 대로 자신 있는 모습 그대로(Ha~)



결코 저렴하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멜버른에서 안전하게 생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투자였다.


운전 강사는 70대쯤 되어 보이는 노신사였는데, 수업의 대부분을 차 안에서 운전할 때 지켜야 할 규칙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해 주셨다. 실제 운전 연습은 10분 남짓이었다.


사실 직접 운전을 하면서 규칙을 알고 싶었는데, 설명만 들어서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이 한번의 연수로 인해 마음을 다잡는 데 도움이 됐다.




멜버른의 첫 주는 그렇게 공포의 운전으로 시작이 되었다. 나 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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