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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esu Apr 20. 2023

18. 바람이 되어 유랑했던 나라

Vancouver, CANADA


오늘은 캐나다에서 마지막날이자 벤쿠버에서의 마지막날이다. 행복한 어제를 보냈는데 오늘은 벤쿠버가 파란 하늘을 하고 있었다. 겨울의 벤쿠버엔 파란 하늘이 이틀연속은 거의 없다고들 했는데 언니는 이 정도 운이면 앞으로는 날씨가 안 좋아도 괜찮을 정도라고 했다.


언니와 된장찌개에 밥을 비벼 김치를 올려먹고는 집을 나섰다. 숙소에 도착해 옷을 갈아입고 짐을 챙겨 나왔다. 언니가 기념으로 챙겨가라며 준 교통카드로 많은 이들이 추천했던 캐든리파크 근처로 가서 자전거를 빌렸다. 숙소에서 짐을 정리하다 나와서인지 덥다는 생각이 들어 옷을 얇게 입어 걱정했는데 해를 가렸던 구름도 많이 사라지고 그 햇빛으로 하여금 따뜻하게 라이딩을 할 수 있었다. 한 시간 정도면 자전거로 다 돈다는 캐든리파크를 빠르게 끝내고 싶지 않아 중간중간 멈춰 여유롭게 그곳을 즐겼다. 새어 나오는 미소를 감추기가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이내 어제와 같은 종류의 눈물이 또 한 번 흘렀다. 비가 안 와 오랜만에 들고 나온 필름카메라로 열심히 마지막날의 벤쿠버를 담았다.


자전거를 타고 한 바퀴 더 돌고 싶기도 했지만 나한테는 여행지의 마지막날에 해야 할 게 있었다. 바로 한국으로 편지 붙이기였다. 언제나 여행이 끝나는 날이면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 또 그리고 미래의 내게 이 여행지에서의 내가 이 마음을 온전히 전하고자 편지를 보내곤 하는데 원래 떠나기 며칠 전에 보내는데 너무 정신이 없어 오늘에야 시간이 났다. 게스트하우스 스탭이 추천해 준 로스터리 카페에서 지금까지 사모았던 카드를 꺼내 세장을 고른 후 남자친구, 우리 가족, 그리고 미래의 내게 편지를 썼다. 내용은 대충 다 비슷했지만 나는 그들에게 이곳에서 나는 주저앉고 싶었던 순간도 이겨내며 단단해졌고 누가 봐도 행복한 사람처럼 마지막을 장식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미래의 내게 쓰는 편지에는 꼭 기억해야 할 목표도 적고 말이다.


편지를 쓰고 나와 근처에 우체국에서 한국에 편지를 보냈다. 언니는 오늘이면 노을이 보일 테니 바닷가 근처로 가라고 했지만 편지를 쓰고 나온 순간부터 조금씩 구름이 껴 노을이 보이지는 않을 것 같아 아까부터 눈에 들어왔던 길로 내려갔다. 캐튼리파크와 연결된 그 공원에서는 바다 건너의 노스벤쿠버와 록키산맥이 한눈에 보였는데 구름 사이로 보이는 분홍하늘과 그곳의 분위기는 정말 딱 끼워놓은 퍼즐처럼 잘 어우러졌다.


네시반이 조금 넘었는데 해가 져버린 이곳이 아쉽지는 않았다. 어제오늘 너무 완벽한 여행을 보냈고 너무 나다운 하루들을 살아서인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벤쿠버의 마지막을 비앙카와 장식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숙소로 향했다. 비앙카, 나 그리고 비앙카의 친구와 한식레스토랑에 가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첫째 날과 마찬가지로 네이티브로 대화가 통하지는 않았지만 짧은 문장 속에서 우리는 마음을 나눴고 또다시 한국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도시이동이 있는 내일을 위해 그래서 건강해야 하기에 방에 들어와 약을 한 알 먹고 몸을 뉘웠다.


여전한 건 여전했지만 캐나다에 와서 무엇이 바뀌었냐 어떤 여행을 했냐 묻는다면 나는 바람 같은 여행을 했다고 말하겠다. 여러 가지가 변화되어 돌아온 이곳에서 나는 결코 혼자 인 듯 혼자가 아니었고 호수, 산, 숲, 도시 등 이곳의 모두와 잘 어우러지는 바람이 되었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가끔은 헷갈렸던 지난날들의 내가 비로소 이곳에 와 꽉 채워졌고 그전처럼 그저 여행을 했다기보다 다시 한국에 돌아가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나는 결코 무엇을 해야 할지 확신이 들은 순간들이었다.

보기 드문 겨울 벤쿠버의 파란 하늘 아래서 사람들이 미소 짓고 있다. 그 미소를 보는 내가 덩다라 흐뭇해져 따라 웃고 만다. 우리 모두 오늘 이 하늘아래서 함께 웃었다.

JAN 11,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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