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lliesu Dec 30. 2020

제주도를 원하진 않았는데 퇴사는 고팠어요_마무리

마음을 비울 차례

나에게만 이런 시간들이 있는 건 아니지만 코로나가 정말 싫었다. 내게 중요한 여행을 두 개나 취소를 했고 남자 친구와 몇 개월 동안 만나지도 못했으며 그 간 그 와의 여행은 꿈 도꾸지 못했었다. 그렇게 좋아하는 여행도 못하게 하면서 공부 좀 해보겠다고 하는데 별것들이 다 방해를 하고 있었다.


미술심리치료사 때문에 고민을 너무 많이 했을까 이번엔 고민하고 해결도 되지 않는 일이라 아쉬워하지도 않고는 포기를 했다. 어차피 실기 시험을 보지 못한다면 지금 미리 공부를 해놔도 별 소용이 없는 종목이니 말이다. 마음을 비우고 나니 머리가 가벼워졌다. 휴학을 하고 여행을 했던 날들을 제외하면 이렇게 머리가 가벼웠던 적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좀 더 간결하게 나의 몇 개월을 지낼 생각이다. 주말이 되면 그를 만나거나 아빠와 등산을 가고 아침 일찍 시작하는 알바가 끝나면 소파에 누워 낮잠도 자고 좋아하는 푸딩을 만들어먹기도 했다.

_인생엔 참 알게 모르게 선택의 기로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유럽에 가기 위해 퇴사와 업무 사이에서 그렇게 버텨냈는데 결국 망할 코로나 때문에 그런 고민들이 큰 의미가 없어졌고 공부를 하느냐 마느냐 아빠와 밥을 먹으며 울어대고 걱정까지 끼치며 고민을 했지만 결국엔 그냥 얻어냈고 나에게 새로운 지식이 생겨버렸다. 오늘 저녁 열심히 운동을 했고 저칼로리 식단을 지켰지만 며칠 내내 먹을까 말까 고민하던 치킨을 야식으로 시켜버린 것에 별 죄책감이 없는 것처럼 모든 것들은 아무리 고민해봤자 내 마음 가는 대로 결정하게 될 거고 이미 결정해버린이상 후회해봤자 별 소용이 없을 거고 그것들은 생각보다 고민할 필요가 없거나 만족스러운 감정을 이끌어낸다는 거다.

_며칠 전 엄마의 말 덩이가 또다시 머릿속을 돌아다닌다.

‘이왕 복학할 거 취업하기 좋은 것들 배우면 어떨까? 실내디자인이라던지, 너네 학교에 전공 있는데 부전공으로 공부해봐'

고학년인 나에게 부전공을 권하는 엄마에게 지금 돌아가서 부전공 신청하면 학교 일 년 더 다녀야 할지 모른다고 회심의 한마디를 던졌지만 엄마는 '필요하면 일 년 더 다녀야지'라는 굳건한 말을 던지고 말았다.

나는 또 며칠을 고민을 하겠지,


제주도로 떠나기 전 복학신청을 해야 하는데 제주도로 떠날 때쯤엔 엄마가 건네준 이 숙제 같은 고민의 시간들도 참 별 탈 없이 지나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북유럽을 원해서 퇴사를 버텨냈지만 결국엔 퇴사를 해버렸고 생뚱맞게 북유럽 한 달 여행이 제주도 한 달 살기로 바뀌어버렸다. 북유럽여행에 관한 글을 쓰려했던 이 이야기들이 내 일상의 이야기가 돼버렸고 코로나로 인해 변화된 내 여행 목적지에 대한 설명이 돼버렸다.

그래도


우리 북유럽에 언젠가 가겠지 정말.

작가의 이전글 제주도를 원하진 않았는데 퇴사는 고팠어요_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