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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혜정 Feb 04. 2024

서로 다른 서울의 두 가지 풍경

-<서울의 봄>과 <싱글 인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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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극장에서 영화를 봤습니다. 데이트 겸 같이 가자고 남편을 꼬셔 봤지만, 영 반응이 없어 결국 혼자서요. 그렇게 만나게 된 <서울의 봄>과 <싱글 인 서울>. 서울의 서로 다른 두 가지 풍경을 담은 두 영화는 장르부터 분위기까지 같은 게 하나도 없었지만, 결론만 말하자면 둘 다 재밌었습니다. 다이내믹하고 매력적인 도시 서울의 여러 가지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고, 스토리텔링도 훌륭했어요.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거든요. 


<서울의 봄> 포스터.  네이버 영화 이미지에서 가져왔습니다.

제가 <서울의 봄>을 봤던 시점이 12월 7일, 오늘은 2월 4일. 헤아려보니 거의 두 달만의 리뷰네요.ㅠ.ㅠ 게으름을 피우다 시간이 그만 이렇게나 많이 흘러가 버렸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그 사이 <서울의 봄>은 관객 평점 9.5점을 상회하며 누적 관객수 1,300만을 돌파, 정우성 배우에게 '천만배우' 타이틀까지 안겨 주었네요. 제 개인적인 생각에도 그럴 만한 영화입니다. 천만 영화의 영예를 누릴 만해요. 이런 영화를 놓치지 않고 일찍이 극장에 가서 관람한 나 자신, 다시 한번 칭찬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제 관점에서의 영화평을 한 번 해볼까요? 아마 저 말고도 이 영화를 관람한 1,300만 관람객 누구나 동의하시리라 생각합니다만, 이 영화의 강점은 첫째, 역사적 사실에 근거했다는 점, 둘째, 두 배우(황정민, 정우성)의 명불허전의 연기력에 있습니다. 물론 김성수 감독의 연출력 역시 놀랍기 그지없어요. 누구나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을 이토록 힘 있게,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긴장감 넘치게 그려낼 수 있는 감독이 누가 또 있을까요? 아마 모르긴 몰라도 김성수 감독밖에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한 데는 이유가 있어요. <서울의 봄> 개봉 직후 나왔던 김성수 감독 인터뷰 기사에서 이런 이야기를 본 적이 있거든요. 처음엔 이 영화의 연출을 거절했지만, 계속 생각났다고, 어쩌면 운명인 것도 같다고. 그러면서 스무 살 무렵 국무총리 공관 인근에서 살았던 터라 12.12 당시의 총성을 들었다는 얘기도 했습니다(기억에 의존한 거라 아주 정확하진 않지만요). 그때를 기억하는 사람이 만든 그때를 그린 영화. 이 영화에 그보다 더 적격인 감독은 아마 없지 없을까요? 그랬기에 <서울의 봄>이 1,300만 명의 가슴을 울린 '인생 영화'가 될 수 있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게다가 주인공 전두광 역의 황정민 배우와 이태신 역의 정우성 배우는 또 어찌나 멋지던지요. 실재했던 인물, 더욱이 영화가 개봉되고 나면 철저히 배격당할 인물을 너무나 설득력 있게 소화해 낸 황정민 배우의 연기력은 그 어느 때보다 출중합니다. 특히 많이들 언급하시는 화장실 신은 그저 놀라움 그 자체예요. 대사도 없이 그저 미친 듯한 웃음과 몸짓만으로 보여준, 온갖 감정이 녹아 있는 그 얼굴은 오직 황정민 배우였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절대 타협하지 않는 신념의 소유자 이태신 장군 역으로 분한 정우성 배우 역시 자신의 몫을 200% 해냈다고 생각해요. 경직된 듯 불안한 얼굴 위에 간헐적으로 보이는 인간적 고뇌와 두려움, 그럼에도 자신의 신념을 변함없이 밀어붙이는 군인으로서의 확고한 책임감과 정의로움. 그 모든 걸 정우성 배우는 아주 단단하게 보여줬습니다. 결국은 그가 지고 것이란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음에도(역사가 스포일러니까요!), 두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관객 모두가 전두광이 아닌 이태신이 이기길 응원했던 이유도 아마 그래서겠지요.


그리고 마지막, 쿠데타에 성공한 전두광이 자신을 지지해 준 하나회 멤버들과 사진 촬영을 하는 장면이 실제 사진과 오버랩되는 장면은 너무나 의미심장합니다. 그들의 영화(榮華)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그때 불의에 맞서 싸웠던 이들의 흔적은 간 곳 없어진 지 오래니까요. 엔딩 크레디트가 모두 올라가고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란 군가마저 끝이 난 후에도 웬일인지 객석을 떠날 수 없었던 건 그래서였나 봅니다.

     



<싱글 인 서울> 포스터. 네이버 영화 이미지에서 가져왔습니다.

<싱글 인 서울>을 관람한 날은 <서울의 봄>을 본 다음날이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의 감상은 이랬어요. 전날의 무거웠던 감정은 사라지고 몽글몽글한 연애 감성이 피어올랐달까요? 보기만 해도 그저 흐뭇할 만큼 압도적 외모를 자랑하는 이동욱 배우와 예쁘고 귀여운데 사랑스럽기까지 한 임수정 배우의 커플 연기에 빠져들지 않을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게다가 영화 곳곳에 묻어나는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한 애정, 애틋했던 첫사랑의 추억에 대한 찬미는 <싱글 인 서울>을 더욱 매력적인 영화로 만들어주었어요. 책과 출판사를 배경으로 했다는 점도 제게는 플러스 알파로 작용했고요. 한때 저도 비슷한 일을 했던 터라, '맞아 맞아 그랬지' 이렇게 맞장구를 쳐가며 보는 재미가 있었거든요. 로맨틱 코미디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두 주인공의 티키타카도 즐거웠습니다.


게다가 이동욱 배우의 첫사랑으로 분한 이솜 배우에게도 예상외로 많은 눈길이 갔어요. 서로에 대한 왜곡된 기억이 남긴 안타까운 이별이 현재에 와서 화해로 마무리되는 게 흥미롭기도 했고요. 제 기준에선 예쁘다고까지 말하긴 어렵지만, 이솜 배우의 매력만큼은 확실히 인지할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그리고 이솜 배우에게 빠져들기엔 전 임수정 배우의 팬이거든요.^^)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영화는 해피엔딩인 듯 아닌 듯 다소 애매한 열린 결말로 끝이 납니다. 하지만 저는 제 맘대로 두 주인공이 결국은 사랑하게 될 거라고 결론을 내려버렸어요. 로맨틱 코미디의 장르적 특성을 고려한 결론이기도 하고, 제 희망사항이 담긴 결론이기도 해요. 보기만 해도 예쁜 이 두 사람이 서로 사귀고 사랑하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거든요. 뭐, 영화에서 뿐 아니라 실제로도 그리 된다면 그 또한 좋을 일이고요.


마지막으로 '혼자가 좋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라는 이 공감 100배의 카피는 이렇게 수정하고 싶네요. '혼자도, 또 둘도 될 수 있는 연애가 하고 싶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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