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경력 10여 년 만의 첫 도전
5
제가 운전을 시작한 건 10여 년 전부터입니다. 2000년대 중반에 2종 보통 면허를 따긴 했지만, 당시 차가 오토가 아닌 스틱이었던 관계로(남편이 운전을 좋아하고 또 잘하는 편이라 운전하는 재미가 있는 스틱 차를 선호했어요. 당시 차 가격도 오토보다는 스틱이 저렴했고요) 꽤나 오래 운전을 멀리했거든요. 제가 운동감각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몸치라서요.ㅠ.ㅠ 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스틱 차의 기어 변속이 어렵기도 하고 또 자칫 잘못해 주행 과정에서 다른 차들에 민폐를 끼칠까 봐 두려웠던 거죠.
그렇게 7년여를 '장롱 면허' 소지자로 지내다가 차를 오토로 바꾸게 되면서 '이젠 나도 운전에 한 번 도전해 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남아 있었어요. 하필 새로 산 차가 11인승 카니발이라 1종 보통 면허로 승급 시험을 봐야만 운전이 가능했거든요. 2종 보통 면허를 소지하고 있어 필기와 도로주행 시험은 면제를 받았지만, 장내 기능 시험까지 피해 갈 순 없었어요. 어쩔 수 없이 운전면허전문학원에 등록하고 운전 연습을 시작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기어 변속 구간이 말썽이더군요. 여기서 점수를 잃는 바람에 두 번이나 시험에서 똑 떨어지고 말았어요(여기서만 실수한 건 아니지만, 이 구간이 점수 배점이 큰 탓에 시험에서 떨어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답니다). 결국 세 번 만에야 간신히 1종 보통 면허를 손에 쥘 수 있었어요.
우여곡절 끝에 운전을 시작했지만, 초보 운전자 시절엔 사고 나면 어쩌나 싶어 얼마나 벌벌 떨며 운전했는지 몰라요. 차선 바꾸는 것도 어렵고 앞차와 뒤차 간격 맞추는 것도 어렵고 제대로 길 찾아가는 것도 어렵고 주차도 어렵고 그야말로 난관의 연속이었죠. 게다가 운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졸음운전으로 접촉사고까지 내는 바람에 운전이 더욱 어려워졌어요. 그렇다고 어렵게 시작한 운전을 아예 안 할 순 없으니, 무섭게 집중하는 수밖에 없었죠. 운전만 했다 하면 완전히 녹초가 됐던 건 이 때문이에요.
지금이야 운전 경력이 10년을 넘은지라 이런저런 경험이 쌓여 초보 시절보다는 한결 운전이 쉬워졌지만, 여전히 운전을 즐기진 않는답니다. 멀리 갈 일이 있을 때 자차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그래서예요. 차에도 그다지 애착이 없어요. 그냥 남편 차 빌려 타는 기분이라서요. 상황이 이런지라 주유는 여러 번 해봤어도 세차는 한 번도 해볼 생각을 안 했답니다. 주유를 안 하면 운행이 불가하지만, 세차는 안 해도 별 문제없으니까요. 남편 차니까 남편이 알아서 하겠지, 하는 마음도 컸고요. 게다가 제가 기계식 세차를 무서워하는 편이에요.ㅠ.ㅠ 기계 안에 차를 제대로 못 넣을까 봐, 혹은 넣다가 차를 긁을까 봐서요.
하지만 지난해 제 차가 생기면서 제 맘에도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남편이 큰맘 먹고 사준 차인데, 제 소유라 생각하니 왠지 소중하고 아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지난 2월 친정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주유를 하고 세차에도 도전해 보았답니다. 제 생에 첫 번째 세차였는데, 역시나 세차 기계 안에 들어가는 게 쉽지 않더군요(운전 경력이 10년을 넘으면 뭘 하나, 아직도 운전이 미숙한 것을...ㅠ.ㅠ). 여러 번의 핸들링과 세차 도우미 아저씨의 도움으로 간신히 기계 안에 들어설 수 있었어요. 진땀이 나는 과정이었지만 더럽고 지저분하던 차를 말끔히 씻어내고 나니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역시 도전은 해 볼만한 것이라는 걸 깨달았답니다. 뭐든 혼자 다 해내려 하지 말고 주변의 도움을 적절히 받는 게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그리고 마침내, 주유와 세차가 모두 가능한 오너드라이버의 경지에 올라서게 됐어요. 운전 경력 10여 년만에, 그것도 나이 50이 넘어서야 겨우 이룬 성취지만, 뭐 아무려면 어떤가요? 지금이라도 해냈다는 게 중요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