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될 줄 알았는데, 하니까 되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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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 전환의 법칙’이라고 하죠? '양적인 변화가 축적되면 어느 순간 질적 비약이 이뤄진다'는 헤겔의 철학적 개념 말이에요. 그게 정말 맞는 얘기라는 걸 오늘 10km 마라톤을 처음 뛰어보고 깨달았습니다. 그동안 5km 마라톤 대회에 숱하게 참여해 보고, 일주일에 적어도 2~3번 헬스장에서 5km 러닝머신을 뛰었더니, 와, 10km도 뛸 수가 있네요.
사실 이번 주말은 저에게 아주 특별했어요. 토요일엔 상암 월드컵공원에서 열린 '제1회 마포 서윤복 마라톤 대회' 5km 부문에 참여했고, 오늘은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열린 '2025 DMZ 평화마라톤' 10km 코스를 달렸거든요. 이틀 연속해서 5km를 달린 적은 있어도 5km, 10km 연속 달리기는 처음인 데다, 10km 마라톤은 데뷔 무대(?)이기도 해서 주말이 되기 전부터 아주 가슴이 두근두근, 콩닥콩닥 했답니다. 5km 대회 참가는 10여 차례가 넘는 터라 '그냥 하던 대로 하면 되겠지'하는 마음이었는데, 10km는 단 한 번도 시도해 본 적이 없어서 저에겐 그냥 '넘사벽' 수준이었거든요. '과연 내가 10km를 완주할 수 있을까?'라는 퀘스천 마크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죠.
근데요, 참 신기하게도, 이게 되네요. 5km를 여러 번 달려봐서 그런가, 생각보다 가볍게 10km 완주에 성공했답니다. 뭐, 기록은 그저 그런 수준이지만, 어제 5km를 뛰었다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완주에 성공하다니, 제가 생각해도 저 자신이 너무 대견해서 엉덩이를 톡톡 두드려주고 싶네요. '잘했어, 혜정! 그것 봐, 뭐든 하면 되잖아'라는 칭찬과 함께요.^^
게다가 살짝 비가 내렸던 어제와는 달리 오늘은 날씨마저 화창했어요. 비 온 다음날이라 그런지 공기도 맑고 달리기에 최적인 날씨였달까요? 코스도 너무 좋았어요. 어제도 상암동 월드컵공원 인근 도로를 달릴 수 있어서 좋았지만, 오늘은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출발해 민간인 출입통제선을 가로지르는 통일대교를 건너갔다 오는 코스라 더 의미가 깊었답니다. 촬영제한구역이라 사진 촬영을 못한 게 아쉽기는 하지만, 마라톤 참가가 아니었다면 이곳을 건널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없었을 테니까요. 이런 드물고 값진 기회를 누릴 수 있었던 것에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기록은 토요일 5km는 34분 32초 64, 오늘 10km는 1시간 18분 49초. 5km 기록에 준해서 10km 기록을 계산한다면 1시간 9분대에 들어와야 맞겠지만, 뭐 첫 술에 배부를 수 있나요? 앞으로 계속 10km를 달리다 보면 44분 04초 28이었던 5km 첫 기록이 10분 가까이 단축된 것처럼, 10km 기록도 조금씩 줄여 나갈 수 있겠죠. 그날이 빨리 오길 기대해 봅니다.
근데요, 10km 도전으로 제 마음은 성취감으로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는데, 제 비
루한 몸은 여기저기 안 쑤시는 데가 없네요. 특히 다리가...ㅠ.ㅠ 성취감을 얻은 대신 안타깝게도 다리를 잃었어요... 내 다리, 어쩔... 역시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게 인생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