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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한 10년 만의 여행

-엄마 팔순기념 단양제천 효도관광

by 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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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금요일부터 2박 3일간 충북 단양/제천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친정엄마의 팔순 기념 효도관광이에요. 고관절 수술로 다리가 편치 않으신 터라 걷는 건 최소화하고, 단풍구경이랑 맛집탐방에 집중하는 쪽으로 여행일정을 짰는데, 그럼에도 엄마는 많이 힘들어하시더라고요. 매번 "엄마, 다리는 좀 어때? 괜찮아졌어?"라고 물을 때마다 "이젠 괜찮아. 걸을 만해. 나이 들어서 아픈 건데 어쩔 수 없지"라는 말을 하셨었는데, 생각보다 엄마 다리가 편치 않다는 걸 이번 여행으로 실감하게 됐네요. 딸내미가 걱정할까 봐 매번 '괜찮다, 괜찮다' 하신 걸 '이젠 정말 괜찮아지셨나 보다' 받아들였던 제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 여행이었습니다.




여행 첫날, 단양의 명소인 도담삼봉에 가장 먼저 들렸어요. '도담삼봉가마솥손두부'에서 순두부와 청국장을 먹고 주변을 잠깐 산책했는데, 가을국화가 노란색으로 예쁘게 피어서 사진 촬영하기에 좋았습니다. 단양팔경 중 하나라는 도담삼봉도 아주 멋졌고요. 애들 어릴 때 두어 번 왔던 곳인데, 그때와는 또 다른 감흥이 있더군요. 게다가 요즘 가을 단풍여행철인지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관광버스 타고 많이들 오셨더라고요. 날씨도 좋고, 엄마 표정도 좋고, 괜찮은 여행 스타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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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단양의 명소, 도담삼봉. 호수 뷰입니다. (오른쪽) 예쁜 가을 국화밭. 노란색 국화와 파란 하늘의 조화가 아주 근사했어요.


도담삼봉 다음으로 간 곳은 구인사였습니다. 천태종의 본산이라는 단풍 명소예요. 셔틀버스를 타고 올라가면 바로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걷는 코스가 길어서 엄마처럼 나이 드신 분들한테는 난이도 극상이더라고요. 경관은 좋았지만, 엄마가 많이 걸어야 해서 피곤해하셨어요. 그래서 대충 한 번 둘러본 후에 숙소로 와 체크인을 했습니다. 저녁은 리조트 내에 있는 BBQ 매장에서 후라이드치킨을 먹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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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가을 단풍이 멋졌던 구인사. 잠깐의 산책 후 하산 중인 오빠와 엄마. (오른쪽) 구인사는 가파른 언덕 위에 여러 채의 건물이 있는 구조였어요. 건물이 다 독특했습니다.




여행 둘째 날, 이번엔 제천으로 청풍호반케이블카를 타러 갔습니다. 주차장이랑 탑승장이 좀 멀어서 엄마가 고생스럽게 한참 걸으셔야 했어요.ㅠ.ㅠ 도보를 최소화하려는 여행이었는데, 뭔가 제 예상과는 다른 일들이 계속 생기네요. 다행히 사람이 적을 때 가서 현장 구매로 할인 혜택을 받았습니다. 저희 숙소가 단양 소노벨이었는데, 여기 묵으면 2,000원 할인 혜택이 있어요. 엄마는 노약자 2,000원 할인 혜택을 받으셨고요. 왕복 18,000원인데, 16,000원에 이용했습니다. 케이블카 탑승 시간은 편도 10~15분 정도예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비봉산 풍경은 아주 멋졌어요. 단풍이 한창이라 색감도 예뻤고, 멀리 아슴푸레하게 보이는 산들의 풍경도 근사했습니다. 첩첩산중이라는 말이 실감 났어요.



KakaoTalk_20251109_134834529_04.jpg 비봉산 정상에서 촬영한 풍경입니다.


다음 행선지는 점심식사 장소였어요. '청풍황금떡갈비'라는 곳에서 울금떡갈비정식과 불고기버섯전골을 각 2인분씩 먹었습니다. 떡갈비와 불고기버섯전골은 그냥 평범한 맛이었는데, 함께 나오는 반찬들이 아주 맛났어요. 게튀김강정이랑 고추무침이랑 가지볶음 같은 걸 몇 차례나 리필해서 먹었네요. 또 바로 옆에 있는 '카페 너른'이라는 대규모 베이커리 카페에서 커피도 마셨습니다. 두 곳 다 관광객들로 바글바글하더군요. 특히 카페는 정원을 아주 멋지게 가꿔놔서 산책 코스로도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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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카페 너른에 있는 소나무. 수세가 대단했습니다. (가운데) 청풍황금떡갈비에서 먹었던 불고기버섯전골. 양이 꽤 많았어요. (오른쪽) 카페 너른에서 커피타임을 즐겼습니다.


그다음으로 간 곳은 청풍호유람선이었어요. 유람선은 미리 예약을 안 하면 탑승이 어렵다고 해서 전날 미리 예약을 해뒀어요. 쿠팡에서 미리 샀더니 19,000원짜리 티켓을 2,000원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예약시간은 2시 30분. 1시간 30분짜리 코스라 오후에는 1시, 2시 30분, 4시, 이렇게만 탈 수 있어요. 시간을 잘 맞춰가야 하고, 신분증을 꼭 지참해야 합니다. 탑승객 확인 절차가 있거든요. 유람선은 2층짜리였는데, 배가 새 거라 꽤 안락했어요. 1층 객실 내부 의자가 편안하더라고요. 2층은 야외라 바람이 불어 살짝 추웠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1층보다 2층에 더 많았어요. 멋진 풍경을 직관하려는 사람들로 넘쳐나서요.


KakaoTalk_20251109_134834529_10.jpg 유람선을 타려면 한참 내려가야 해서 이 또한 보행이 쉽지 않은 엄마에겐 난도가 높았습니다. 친정오빠가 같이 가서 다행이에요. 옆에서 엄마를 잘 챙겨주고 부축도 해줬거든요.


1시간 30분간 유람선을 타고 천천히 청풍호(충주호) 인근 절경들을 돌아본 후에는 단양으로 다시 와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단양 마늘석갈비막국수'라는 곳이었는데, 석갈비랑 비빔막국수, 물막국수를 먹었어요. 맛은 그냥 쏘쏘 했습니다. 숙소로 돌아와선 2차로 맥주를 마셨어요. 참, 소노벨 단양 지하 1층에는 슈퍼마켓 대신 CU편의점이 있는데 여기서 군고구마를 팔더라고요. 냄새가 어찌나 좋은지... 엄마 1개, 저 1개 이렇게 사 먹었는데, 아주 달고 맛났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아침만 먹고 집으로 출발했어요. 저는 남편이랑 집으로, 엄마는 오빠랑 엄마집으로. 아침식사는 단양명소인 구경시장 인근 '홍바해물칼국수'라는 곳에서 먹었는데, 해물이 많이 들어 있어서 해장하기에 딱이었습니다. 함께 나온 가지 반찬이랑 겉절이 김치도 맛났어요. 엄마가 칼국수를 워낙 좋아하셔서 선택한 집이었는데, 잘 골랐다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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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2박3일간 묵었던 단양소노벨. 웨스트타워 9층에 스탠다드룸 2개를 빌렸는데, 아주 쾌적했어요. (오른쪽) 아침 식사로 선택했던 홍바해물칼국수. 국물이 시원했습니다.


여행은 언제나 즐겁지만, 이번 여행은 엄마랑 10년 만에 함께한 여행이라 더욱 의미가 깊었어요. 엄마 칠순 때 둘이서 제주 2박 3일 여행을 다녀온 이후론 처음으로 함께 간 여행이었거든요. 이번엔 남편이랑 오빠가 함께해 줘서 더 좋았습니다. 부담도 덜했고요. 엄마가 안 드시는 음식이 많아서 맛집 선택에 제한이 좀 많거든요(돼지고기랑 회를 안 드세요.ㅠ.ㅠ)


한편으론 엄마한테 참 무심했구나 싶어서 반성도 했습니다. 남편이랑 둘이 가는 여행은 1년에도 서너 차례씩 가는데, 친정엄마 모시고 가는 여행은 10년 만에 처음이라니... 이래서 자식 키워봐야 소용없단 소리가 나오나 보다 싶기도 했고요. 그래도 엄마가 오랜만의 여행에 즐거워하셔서 보람이 있었어요. 뭔가 중요한 미션 내지 버킷리스트를 끝낸 기분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엄마 생각하면 이번 여행이 많이 떠오를 것 같아요.


*추석 연휴 이후로 3개 프로젝트 마감을 처리하느라 브런치에 한동안 소홀했습니다. '앞으로 잘할게요' 다짐해 놓고 번번이 약속 안 지키고 속 썩이는 말썽쟁이 막내딸이 된 기분이네요.ㅠ.ㅠ 부디 양해하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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