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치유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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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아프다고 할 일이 줄어드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꼭 해야 할 일과 조금 미뤄 두어도 될 일을 구분하는 능력은 진화하는 듯하네요. 더 좋은 건 부기가 빠지면서 멍이 올라오곤 있지만 다리 통증이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는 겁니다. 이대로라면 파열된 인대도 조금씩 나아지고 반깁스 없이 걸을 수 있는 날도 곧 오겠죠. 시간의 힘은 이토록 위대합니다.
지난주, 인대가 파열돼 반깁스를 한 채로 예정된 일정을 강행했습니다. KTX를 타고 나주에 다녀왔고, 1박 2일로 영월 취재도 다녀왔어요. 다리는 퉁퉁 붓고 허리 통증도 심했지만, 이미 결정된 일을 미룰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요.
그런데 사람이 그렇습니다. 안 좋은 상황에 처하게 되니 멘털을 붙잡기 위해서일까요? 현재의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좋은 점을 찾아내려고 노력하게 되네요. '예전처럼 붕대로 칭칭 감아야 하는 반깁스가 아니라 더운 날씨에도 견딜만하네.' '목발을 짚지 않아도 되는 게 어디람?' '다친 쪽이 왼발이라 운전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반깁스 한 발에 신는 의료용 신발이 굽이 있어서 편하네' 뭐 이런 것들이요.
어떤 의미에선 힘든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서 스스로를 위로해 보려는 정신적 자구책이겠지만, 그렇게 하고 나면 조금쯤 이 상황도 버틸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전히 다리는 아프고 매일같이 병원에 가서 물리치료를 받아야 하는 신세인 데다 취재 원고를 두 개나 써야 하는 상황이지만요. 이 또한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 해결이 되고 좀 더 나은 상황으로 나아갈 수 있겠죠.
아픔도 상처도 언젠가는 나아질 거라는 믿음. 이것 역시 시간에 기댈 수 있기에 가능한 걸 테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