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도 때론 힘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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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다리가 저릿하다. 발등과 발목은 여전히 퉁퉁 부어 있다. 멍도 좀처럼 가시질 않는다. 몸이 불편하니 우울함이 증폭돼 마음이 삐딱해진다.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한 긍정회로 돌리기도 오늘만큼은 말을 듣질 않는다. 총체적 난국이다.
그 와중에 원고 2개를 마감했다. 원고 독촉이 없었다면 마감 자체가 쉽지 않았을 터다. 불편한 몸은 집중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포기하고 싶은 마음과 상승효과를 이루기 때문이다. 간신히 일을 끝내고 나니 집안이 온통 난장판이다. 쌓여 있는 설거짓거리와 빨랫거리, 머리카락이 그득한 바닥... 그러나 모른 척 눈을 질끈 감았다. 다리도 아픈데 자꾸 움직이다간 낫는 게 더뎌져서다.
오늘 오후, 병원에 물리치료를 받으러 갔을 때의 일이다. 의사 선생님이 "좀 어때요?"라고 묻길래, "멍도 그대 로고 부기가 빠지질 않아요. 발 디딜 때마다 발바닥이 찌릿하고, 다리도 저릿해요. 좀 나아지는 듯하더니 다시 악화되는 것 같아요.ㅠ.ㅠ"라고 하소연을 했더니만, 의사 선생님이 하는 말.
"다리를 너무 많이 써서 그렇겠지."
헐, 할 말이 없었다. 너무 맞는 말이라 반박의 여지가 없었달까. '아니, 그렇게 핀잔할 거면 뭐 하러 물어봤담. 그냥 빨리 물리치료나 받게 해 줄 것이지.' 속으로 혼잣말을 하며 불만을 삭혔다.
평소라면 쉽게 넘겼을 말도 날카롭게 받아들이게 되는 오늘. 커지는 우울감을 추슬러 보려다가 '에라, 모르겠다'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가끔은 삐딱하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감정엔 정답이 없으니까.
*오늘만큼은 빅뱅 GD의 '삐딱하게'와 '에라 모르겠다'의 감성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