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배우는 인생
퇴근 후 소파에 앉아 8개월 쌍둥이들 재롱을 보며 미소 짓는 나에게 '아빠 놀자!'라고 외치며 첫째 딸이 달려온다. 한 손에 바람개비를 또 다른 손에 휴대용 선풍기를 들고선 어서 놀아달라며 연신 어깨를 들썩거린다. 유치원에서 바람개비를 만들었나 보다. 바람개비를 내 손에 쥐어주고는 휴대용 선풍기를 바람개비 방향으로 튼다. '윙~ 윙~' 작은 소리와 함께 바람개비가 힘차게 돈다.
"아빠 바람개비가 엄청 빨리 돌아."
웃음 가득한 얼굴로 바람개비에 집중하는 딸아이를 보니 괜스레 기분이 좋다. 그렇게 바람개비를 가지고 한동안 놀고 있는데 갑자기 선풍기를 자기 입에 갖다 댄다. 그리곤 내 입에도 갖다 대며 묻는다.
"아빠 바람은 무슨 맛이야."
바람이 무슨 맛이라니. 잠시 당황스러웠지만 가만히 바람 맛을 보려 노력해 본다.
"시원한 맛인데, 음 특별한 맛은 모르겠어."
다시 자기 입에 선풍기를 가만히 갖다 대더니 말한다.
"바람은 과일맛이야!"
바람이 과일 맛이라니 엉뚱한 딸아이 말에 당황하지 않고 호응한다.
"와! 바람은 과일맛이구나."
"무슨 과일 맛이야?"
"딸기 맛이야 아빠!"
두둥~ 바람은 딸기 맛이었다. 난 얼른 딸아이 손에서 선풍기를 뺏어 들곤 가만히 내 입에 대어 본다. 정말 딸기 맛이 난다. '원효대사 해골물 일화'가 머릿속 한켠을 스쳐 지나간다. 마음먹기에 따라 바람에서 딸기 맛이 날 수 있구나. 이런 경험을 남들에게 이야기하면 미쳤다고 하겠지. 어이없는 상황에 헛웃음이 지어진다. 상상과 환상에 세계를 살아가고 있는 5살 딸아이이게 과일 맛나는 바람은 재미있는 놀이일 뿐이겠지만 40대 중반을 넘어선 내가 느낀 과일 맛나는 바람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가에 따라 내 행복과 성공의 크기가 달라지겠구나.'
신기한 경험을 한 오늘 난 남은 인생을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좀 더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아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외쳐본다.
"나이 들어감에 이리저리 치이면서 쪼그라든 내 마음에 딸기 맛 바람을 불어넣자. 그래서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모습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잘될 거라 믿고 도전해보자!"
오늘도 아빠는 이렇게 딸에게 인생을 배운다.
고마워! 다온아 그리고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