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배우는 인생
5살 딸아이와 맞이하는 아침은 평화롭다. 미소를 머금은 얼굴에 연신 뽀뽀를 하며 일상을 시작한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화로운 아침에 습관적으로 텀블러에 드립 커피를 채우고 있었다.
"아빠 그게 뭐야."
"회사에서 마실 커피를 텀블러에 담고 있어."
"보여줘! 보여줘!"
한참 호기심이 많을 나이에 아이는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관심을 보인다. 가끔은 잔소리를 듣기도 하고 가끔은 "우와!"를 연신 외치며 신기해하기도 한다.
"그런데 커피를 사 먹으면 되지. 왜 무겁게 가지고 가는 거야."
"음. 운전하면서 졸릴 때 마시려고 가지고 가는 거야. 그리고 지구가 환경오염 때문에 많이 아파서 1회 용품을 줄이려고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는 거야. 이 커피를 다 마시고 나면 1회 용품을 사용하지 않고 텀블러에 물이나 음료를 담아서 마시는 거야."
"아 그렇구나!"
"우리가 오랫동안 이 지구에서 살아가려면 지구를 잘 보존하고 아껴야 해. 그런데 사람들이 지구를 아끼지 않아서 지구가 많이 아파. 다온이도 지구가 아프지 않도록 모든 물건을 아껴 쓰고 지구를 지켜야 해."
언제부턴가 ESG, 탄소중립, 그린 뉴딜, 친환경에너지, 기후변화, 자원고갈 등등 환경이슈가 우리 삶에 깊이 스며들었다. 그래서 친환경생활 실천해서 아이에게 환경교육을 하려고 노력한다.
이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딸아이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빠! 지구가 아픈 게 아니고 우주가 아파! 우주가 아픈 거야 아빠."
가슴이 따뜻해지며 내 입 주위에 40여 개 근육이 실룩거린다. 오늘도 어김없이 아이는 내게 큰 웃음 준다. 맞다. 우주가 아픈 거였다. 지구도 우주에 포함되는 거니깐. 그리곤 얼마 전에 봤던 승리호 영화가 생각났다. 우주 쓰레기를 청소하는 우주선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지구도 아프고 우주도 아픈 거였다.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우주 쓰레기도 있겠지만 대부분 사람이 우주 쓰레기를 만든다. 1950년대 이후 수많은 로켓과 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렸고 그중에서 많은 인공 물체들이 쓸모를 다해서 지구궤도를 돌며 문제를 일으킨다. 대략 1억 7000만 개의 우주 쓰레기가 지구를 둘러싸고 있다고 한다.
우주 쓰레기는 초속 8킬로미터로(총알속도가 초속 1킬로미터) 날아다니며 지구로 떨어져서 피해를 입히기도 하고 인공위성과 우주정거장을 파괴하기도 한다. 우주 쓰레기를 청소하기 위해 여러 나라가 방법을 찾고 우주 쓰레기 해결 계획을 세우고 있다. 딸아이 덕에 친환경생활을 실천하는 사명감이 더 커졌다. 내 행동은 지구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우주를 지키는 일이었다.
오늘도 이렇게 아이에게 배웠다.
아이에게 배우는 삶의 지혜는 언제나 행복하고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