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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바퀴로 멀어지는 딸

두발 자전거 성공 그리고 나와 1호

by 담연 이주원

"아빠, 오늘 두발자전거 타러 가요!"

토요일 아침부터 다온이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1호는 6살 때부터 4발 자전거를 타다가 작년 추석쯤 두발자전거에 처음 도전했었다. 우리는 온 마음을 다해 응원했지만, 시작한 지 30분도 안 되어 무릎과 팔꿈치가 까진 채로 포기했다. 그 뒤로는 두발킥보드에 푹 빠져, 자전거 얘기는 한동안 나오지 않았다.


그랬던 아이가 요즘 다시 말한다.
“두발자전거, 타보고 싶어요.”

그 말이 반가워 오늘은 보조바퀴를 떼고 자전거를 끌고 나섰다. 아내를 뺀 모든 가족이 1호를 지켜보며 응원하고 있었다. 긴장한 다온이는 페달 위에 조심스레 발을 올리고 밟기 시작했다. 처음엔 내가 뒤에서 잡고 있었다. 느낌이 왔다.
‘어, 이건 될지도?’

살짝 손을 놓았더니... 2~3미터쯤 혼자 가다 멈췄다.

그리고 다시 시도하려는 그때,

지나가던 할머니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한마디 건네고 쿨하게 지나가셨다.
“페달을 빨리 돌려.”

두 번째 도전인데 속도가 붙었다. 나는 손을 자연스럽게 놓고 뒤에서 뛰며 외쳤다.
“다온아, 천천히 멈춰야 돼!”

놀랍게도 다온이는 30미터 이상 달려가다 브레이크를 잡고 멋지게 멈춰 섰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며 해맑게 말했다.


“아빠, 저 성공했어요!”

그 순간, 마음 한편이 뭉클해졌다.
자전거는 성공했지만, 나는 뭔가를 놓친 기분이었다. 나를 떠나 멀어진 느낌이었다.
‘이렇게... 훌쩍 멀어지다니.’

그 순간 내가 어릴 적, 두발자전거를 처음 탔을 때가 떠올랐다.
그 지점에서부터 부모님과는 점점 멀어져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고 자전거를 타고 멀리있는 마을까지 탐험을 시작했었다.
다온이도, 아마 그런 시기를 막 맞이한 것 같다.


그러고 자전거 상태를 보니 말이 아니었다.
안장은 낮고, 바람 빠진 타이어는 축 늘어졌고, 보조바퀴 자리에 받침대도 없었다.
“내일 정비해서 다시 타자.” 했더니 울상을 짓더니 친구 자전거를 빌려와 또 씽씽 달린다.


나는 아파트 도서관 창가에 앉아 일거리를 쌓아두고 그 앞을 질주하는 딸아이를 바라봤다.
‘그래, 지금부터가 시작이지.’


조용히 물어봤다.
“다온아, 어떻게 그렇게 한 번에 성공했어?”

“저도 신기했어요. 예전엔 크게 넘어져서 자신이 앖었거든요. 성공할 확신은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여러 번 넘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가는 할머니가 페달 빨리 돌리라고 하셔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앞만 보고 돌렸더니... 됐어요!”


그 말을 듣고 문득 생각했다.
우리는 종종 아이에게 뭔가 대단한 조언을 해주려 한다.
하지만 때로는, 우연히 누군가가 던진 짧은 한마디가 더 큰 도움을 주는 경우가 있다.

“페달을 빨리 돌려.”

그 말 한마디가 다온이에게는 두려움을 이겨내는 주문이 되었고, 딸에게 좀 더 자전거 타는 법을 알려주면서 더 친해지고 싶었던 기대는 사라지고 다온이는 4발자전거의 마찰력을 벗어난 두발자전거로 나를 벗어나 더 멀리 더 빠르게 질주한다. 삶을 살다 보면 그 상황에서 나에게 꼭 맞는 위로와 응원이 되는 한 마디가 있다. 부모나 그 주변에 사람들이 말하는 것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경우가 있다. 삼남매가 그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에서 살아가길 바래본다.


두발자전거를 성공하고 내 달린 것처럼, 어느 순간 준비도 안 된 우리 마음을 뒤로하고 1호는 뒤돌아보지 않고 휙— 세상으로 달려 나가겠지.

그래도 괜찮다.
그 앞에 어떤 길이 펼쳐지든, 언젠가 그 아이의 마음 한구석에 아빠의 짧은 한마디도 따뜻한 힘이 되어 남아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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