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아상과 아메리카노가 나에게 미치는 영향

소확행을 가져다주는 것

by 담연 이주원

10년 전쯤, 그러니깐 2008년부터 한 동안 주말 등산을 자주 다녔다. 그 당시 자주 갔던 안산은 밋밋한 산세에 비해서 정상에서 보는 광경은 어마 무시하게 이쁘다. 독립문을 중심으로 아기자기한 도심 전경과 건너편 인왕산의 남자다움은 내 마음을 흔들어놓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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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내 기억엔 위에 글 표지가 옛날 옛적 안산에서 찍었던 사진이라 추정된다.
청계산 정상, 제천 리솜포레스트, 청계사, 포천, 인왕산, 부암동 둘레길


안산은 동네 뒷산이라 연세대를 가로질러 자주 올랐다. 서울의 산들은 성곽으로 이어져 있어 운치가 넘친다. 계단이 인상 깊고 남자다운 인왕산, 마음을 쓰다듬어 주듯이 정감 넘치는 북악산 코스, 부암동 길은 서울 성곽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도 좋지만 둘레길도 아름답다. 그 길에는 커피프린스 촬영지(산모퉁이)뿐만 아니라 이쁜 카페들이 즐비하다. 이외에도 우리 부부의 첫 등산로였던 북한산, 아기자기한 아차산, 겨울 절경의 진수 남한산성, 우악스러웠던 관악산, 이쁜 절이 우리를 맞이하는 청계산, 거대한 청계산 줄기에 이어진 우면산 등 그 시절 둘레길과 산에 대한 추억은 내 삶을 지탱해주는 큰 힘이다.


그 추억에 중심에 크루아상과 아메리카노가 있다.


산 중 크루아상

주말 등산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산 중턱이나 정상에서 크루아상과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산들바람을 느낄 때였다.

달콤하고 바삭한 크루아상을 한 입 물면
깊은 버터 향이 입 안 가득 퍼지면서
내 혀는 쓰디쓴 아메리카노를 격정적으로 원한다.
딱 그때 절묘한 타이밍에
아메리카노 한 모금은
내 몸을 절정으로 요동치게 한다.

모든 근육과 신경이 곤두서 있고 피곤한 상황에서 크루아상과 아메리카노의 조화는 내 몸을 깨우고 순간의 행복함을 느끼는데 부족함이 전혀 없다.

이 순간을 축하해주는 산들바람은
어릴 적 부모님의 칭찬과도 같고
사랑하는 사람이 달콤하게 속삭여 주는
간지러운 재잘거림과도 같다.

꾸준하게 주말 등산이 가능했던 이유는 크루아상과 아메리카노의 힘이 결정적이었다. 그러다 2013년에 안양으로 이사를 가면서 주말 등산이 뜸해졌다. 그 무렵 회사 일도 바빠져서 주말 등산에 소확행이었던 크루아상과 아메리카노 데이트는 추억으로만 떠올리게 되었다.

잠실 아우어 그리고 파주출판단지
전주 108겹 크루아상

우리 부부는 이전 그 추억 때문인지 종종 빨간 날 아침에 크루아상과 아메리카노로 아침식사를 한다. 그때 그 행복함을 느끼기엔 부족하지만 그래도 좋다. 우리 부부는 그 순간 뭔가 세련된 도시생활을 영위하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그저 빵과 커피일 뿐인데 이전 행복한 경험이 내 세포 하나하나를 깨운다. 내가 가진 소확행 중에 하나인 크루아상과 아메리카노 조합에 이어지는 추억이 참 달다. 조만간 가까운 남한산성으로 떠나봐야겠다.


크루아상과 아메리카노
그리고 산들바람이 있는 곳으로 이제는 둘이 아니라 다온이와 셋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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