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종합선물세트 그 추억이
참 좋다.

인생종합선물세트를 받아 든 당신에게 보내는 글

by 담연 이주원

과자종합선물세트


체리 나무색 옷장 위에 놓인 과자종합선물세트

보면 볼수록 꼬르륵 꼬르륵

요동치는 내 마음


착한 일 한 번에 과자 한 봉지

퇴근하신 아빠가 주시는 어여쁜 보라색 사탕 하나

어느 순간 맛없는 과자만 남은 과자종합선물세트


달콤한 일과 쓰디쓴 일이 놓인 인생종합선물세트

보면 볼수록 꺄르륵 꺄르륵

설레는 내 마음


노력이와 씨름하여 달콤한 순간 한 번

멀리서 오신 행운이에게 달콤한 순간 두 번

어느 순간 쓰디쓴 일만 남은 인생종합선물세트


다음에는 맛있는 과자 한 번 맛없는 과자 한 번

다음에는 달콤한 일 한 번 쓰디쓴 일 한 번

골라먹는 재미가 가득한 종합선물세트


롯데 과자.jpg
종합선물세트.jpg


80년대 중반까지 우리 집에 오시는 손님들은 과자종합선물세트를 자주 사 오셨다. 동생과 나에겐 최고의 선물이었다. 하지만 과자가 내 입에 들어오기까진 험난한 관문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착한 일을 하거나 부모님이 기분이 좋으실 때 높은 곳에서 내려오는 과자종합선물세트...... 그 안에는 맛있는 과자와 맛없는 과자가 한가득 담겨있었고 나는 항상 맛있는 과자에 먼저 손이 갔다. 그러고 남은 맛없는 과자는 부모님 몫이었다.


그렇게 부모님은 나와 동생이 먹고 남은 것을 드셨다. 어릴적엔 맛있는 과자가 내 것 맛없는 과자는 부모님이 드셨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는 맛없는 과자가 내 거다. 맛있는 건 자녀와 와이프에게 먼저 그리고 남은 것이 나의 것이다. 그렇게 인생은 돌고 돌아 부모님께 받은 사랑을 그대로 내 딸에게 내리사랑으로 흘러간다.


하교를 하고 집에 와서 먼저 눈이 가는 곳
체리나무색 옷장 위에 과자종합선물세트 그 추억이 참 좋다.


우리 내 인생종합선물세트도 과자종합선물세트에 맛있는 과자와 맛없는 과자처럼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일로 나눠진다. 인생종합선물세트에서는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 없다. 하고 싶은 일 한 번 했으면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당위적인 일도 뚜벅뚜벅 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인생 균형이 잡히고 하고 싶은 일을 또 할 수 있다. 하고 싶은 일만 하다가는 더 이상 하고 싶은 일을 못할 수도 있다.


맛있는 과자만 골라먹던 좋은 시절은 이제 다 지나갔다. 성인이 되고 책임과 의무를 져야 하는 우리는 맛있는 과자와 맛없는 과자를 골라먹지 말고 맛있는 과자 한번 맛없는 과자 한번 편식하지 말고 골고루 먹어야 한다.


그래야 또 맛있는 과자를 먹을 수 있다.
그래야 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
그래서 행복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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