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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NP Aug 21. 2015

순천만을 붉게 물들인 갯벌 단풍

순천만 칠면초 군락

순천만을 붉게 물들인 갯벌 단풍

순천만 칠면초 군락


여러분은 순천 하면 어떤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S라인 물길, 갈대, 일몰, 뭐 그 정도겠지요. 맞습니다. 순천을 찾는 많은 사람들은 물 빠진 순천만의 S라인을, 그것도 황금빛으로 곱게 물든 순천만의 S라인 물길을 가장 보고 싶어 합니다. 물론 갈대밭도 함께 어우러져야겠지요. 제가 생각하는 순천만의 이미지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정말이지 해질녘 마주하는 순천만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니까요. 하지만 이즈음 순천만을 찾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단풍 때문입니다. 산도 아닌 갯벌에서 ‘왠 단풍 타령이냐?’ 타박을 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이즈음 순천만은 그 어느 곳보다 빨리 붉게 물든 단풍을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바로 갯벌의 단풍이라 불리는 칠면초가 있기 때문입니다.



칠면초를 보러 떠나온 길이지만 초가을 갈대의 모습에 자꾸 발걸음이 더뎌집니다. 솔직히 순천으로 오면서 갈대에 대해서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꽃도 피지 않은 갈대가 뭐 볼 게 있을까 싶었던 탓입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하고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매끈한 자태의 갈대는 기대 이상으로 매력적이었습니다. 북실북실한 꽃을 달고 휘청거리던 갈대만 봤던 제게 섬섬옥수 같이 쭉쭉 뻗은 갈대의 모습은 낯설기까지 했습니다. 화려하다는 표현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갈대는 관능적인 아름다움까지 간직한 듯 보였습니다. 온통 갈색으로 뒤덮인 늦가을 갈대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말이지요.


일렁이는 갈대밭에서 언뜻언뜻 핏빛이 비치는 건 아직 꽃 피울 준비가 덜 된 갈대들이 자주 빛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초록이 선명한 줄기와 잎에서도 생동감이 느껴집니다.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이들 색이 한데 어우러지며 사각사각 기분 좋은 소리까지 들려줍니다. 서걱대는 가을 갈대밭에선 들으려야 들을 수 없는 맑은 소리입니다. 꽃망울이 터지기 전, 초가을 갈대를 보고 싶다면 조금은 서두르는 게 좋겠네요.


갈대 구경에 너무 시간을 허비한 모양입니다. 그새 그림자가 제법 길어져버렸습니다. 서둘러야 합니다. 순천만 자연생태공원 입구에서 용산 전망대까지는 갈대숲과 산길을 따라 제법 먼 길을 걸어가야 하니까요.  



용산 전망대에서 만나는 순천만의 모습은 언제 봐도 장관입니다. 전망대까지는 400개가 넘는 계단을 올라야 하지만 그 정도의 수고로움은 눈앞에 펼쳐진 풍광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서두른다고 서둘렀지만 전망대에는 벌써 대여섯 명의 사진가들이 진을 치고 해가 지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사진가들의 자리다툼이 보통이 아닙니다. 사진가 한 분이 오늘이 이번 달 중 물때가 가장 좋은 날이라고 살짝 귀띔을 해주시네요.  반신반의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선 은근한 기대가 밀려옵니다.



칠면초는 순천만 S라인 물길을 기준으로 좌측 편에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몽글몽글 모여 있는 갈대밭 사이사이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지요. 그런데 몇 년 전 찾았을 때보다 색깔이 많이 옅어진 것 같습니다. 규모도 예전만 못해 보이고요. 매년 이곳에서 칠면초를 촬영한다는 사진가분의 말에 따르면 그건 작년에 칠면초를 베어주지 않아서 그렇게 된 거라 합니다. 칠면초는 가끔 베어줘야 잘 자라는데, 순천만 갈대습지가 국가지정문화재인 명승지로 지정되면서 더 이상 칠면초를 베어 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올해 갯벌 단풍이 예년만 못하다는 것이지요.


그래도 순천만의 칠면초 군락은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아마도 그건 혼자이지 않아서 그런 것일 테지요. 그렇습니다. 순천만의 칠면초 군락은 초록이 가시지 않은 갈대숲과 어우러지고, 지는 노을에 붉게 물들어야 더욱 빛을 발합니다. 이제 해도 노루꼬리 만큼밖에 남지 않았네요. 하늘 가득 번지 노을이 가만히 칠면초 군락 위로 내려앉기 시작합니다. 칠면초 군락이 가장 멋지게 빛나는 순간입니다.    


글 사진 정철훈(여행작가)


찾아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순천IC에서 17번 국도를 타고 순천․벌교 방면으로 진행한다. 팔미 사거리에 벌교방면으로 2번 국도로 갈아탄 뒤 청남대 사거리에서 순천만 방면으로 좌회전 해 계속 직진하면 순천만자연생태공원에 닿을 수 있다.  


묵을 곳
 순천만자연생태공원 주위로는 호텔이나 모텔보다 펜션이나 민박 등의 숙박시설이 많다. 흑두루미펜션(061-722-1510), 순천만펜션민박(061-742-9941), 순천만갈대바람(061-741-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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