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끝
군대에서 총을 처음 만졌을 때 금속의 차가움이 느껴졌다. 차가운 쇠붙이에 불과해 보이는 이 쇳덩이는 손가락만 당겨도 100미터 밖의 표적에 구멍을 뚫었다. 전쟁을 겪어보진 않았지만, 전쟁의 차가움이 간접적으로 느껴졌다.
‘전선을 가다’란 군가에 이런 소절이 있다.
“상처 입은 노송은 말은 잊었네”
상처 입은 노송이 말을 잊었다니. 6.25가 얼마나 참혹했던 전쟁이었는지 노송은 침묵으로 말하는 듯했다. 단지 군생활 일 뿐이지만 전쟁의 잔인함을 유추할 수 있었다.
그 참혹한 전쟁의 탄환들이 휴전선 DMZ에 아직 박혀있다. 인간은 물러났지만 70년 동안 이 쇳덩이들은 자연 속에 박혀 살아왔다.
최근 연천군 DMZ는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세계 자연의 보고인 이 DMZ에서 이제는 전쟁을 걷어내야 한다. 전 세계 모든 사람이 관람할 수 있게 남북이 평화의 지대로 만들어야 할 시기이다.